집 꾸미기 열풍… 한샘, 국내 첫 매출 2兆 돌파
국내 가구시장을 이끄는 상위 20개 업체의 지난해 매출(합계)이 사상 처음 5조원을 넘어섰다. 한샘은 연결 기준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고, 현대리바트 등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사상 최대였던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가구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또 ‘집방’이 인기를 끄는 등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가구 매출이 늘어난 요인이다.

◆빌트인 가구 수요 늘어

4일 금융감독원과 가구업계에 따르면 상위 20개 가구업체의 매출 합계는 2016년 4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2000억원대로 늘었다. 증가율은 19%에 달했다.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긴 업체만 11개였다.

집 꾸미기 열풍… 한샘, 국내 첫 매출 2兆 돌파
가구업계 선두인 한샘은 단독으로 1조98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 법인과 가구 시공 계열사 등의 지분법 이익을 포함한 연결 매출은 2조625억원에 달했다. 이는 한샘이 지난해 사내 성폭력 논란으로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TV홈쇼핑 판매를 2~3개월 중단하고 올린 실적이다.

2012년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현대리바트는 급성장이 눈에 띈다. 작년 매출은 88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이런 속도로 성장하면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파트 건설 때 들어가는 부엌 싱크대와 붙박이장 등 빌트인 가구 부문이 급성장했고, 백화점과 대리점을 중심으로 한 기업·개인 간 거래(B2C) 부문에서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퍼시스그룹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스템 사무가구를 다루는 퍼시스와 가정용 종합가구 일룸은 지난해 20%대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침대업계에선 시몬스가 약진했다. 고가 프리미엄 매트리스 침대 등을 앞세워 지난해 1732억원의 매출을 냈다. 36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케아는 국내 가구업계 순위로 보면 4위권이다.

◆1~2인 가구 늘고, 집 꾸미고

에넥스, 넵스 등 부엌용 빌트인가구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들은 입주 물량 증가 덕을 톡톡히 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완공된 전국의 아파트 면적(3960만㎡)은 전년 대비 24.6% 늘었다. 가구는 아파트 건설의 맨 마지막 단계에 납품·시공된다. 2014~2015년 이후 크게 늘어난 분양 물량이 준공·입주 물량으로 전환하면서 부엌가구업체들의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이 같은 가구시장의 활황에 대해 ‘이케아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으면 사람들이 집에 관심을 두면서 가구와 인테리어 시장이 성장했다. 이케아도 소득 3만달러 전후에 진출하는 전략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이와 함께 1~2인 가구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 꾸미기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비싸지 않은 가구나 DIY용 조립가구, 조명과 소품을 이용해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집(home) 안에서의 휴가(vacation)를 의미하는 홈케이션 트렌드가 소득 3만달러와 만나 가구 인테리어 시장 팽창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