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코나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코나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기아자동차가 실적 부진이 길어지자 비용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원들의 보수를 일부 삭감한 데 이어 고임금으로 분류되는 관리직 비임원 직원들의 퇴직 지원도 예년보다 늘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3월 한 달간 55세 이상 임원 승진누락자를 대상으로 퇴직 지원 명목의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매년 소규모로 진행하던 일종의 '명예 퇴직' 절차였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퇴직프로그램 이름을 바꾸고 퇴직 지원 폭을 늘린 것이다.

사측은 퇴직 희망자에 한해 재취업, 창업 등을 지원하고 퇴직하면 퇴직금 외에 별도로 연봉의 50%를 지급했다. 신청자는 평균 연령대 56~58세 직원들로, 팀장 보직이 없는 현대·기아차 소속 약 200여명으로 추산됐다. 현대·기아차는 1대1 개별 면담을 통해 이들의 퇴직 지원 신청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퇴직(정년 60세) 예비자를 대상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이라며 실적 부담과는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선 재계 2위 현대차의 위기 시그널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부장들 인사적체가 많은 데다 실적 부담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노동조합과 가질 임금 협상에서 경영사정이 어려워 비용절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교섭에 앞서 노조엔 임금성 복지 중단 및 축소안(해외연수, 하계휴양소, 체육대회 경비, 운동용품비 등 경비 절감)을 통보했으나 노조 측은 "임금을 줄이려고 사전 작업하는 행태"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또 사측의 일반직 희망퇴직 종용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비용 절감 움직임은 2016년 말 계열사 전체 임원 보수를 10% 자진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도 고임금 부회장단 규모는 기존 9명에서 7명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인건비 절감 노력은 총수 일가의 보수 감소 폭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일 현대차그룹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8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45억7900만원, 34억3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3.7% 줄어든 액수다.

정 회장의 보수는 2014년 107억원, 2015년 98억원, 2016년 92억8200억원 등으로 매년 줄었다. 지난 4년간 꾸준히 경영 성과가 나빠졌다는 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이 작년 보수로 243억원, 롯데 신동빈 회장이 152억원을 수령한 점 등을 고려하면 대조적이다. 아들 정의선 부회장도 지난해 보수로 2016년보다 16.3% 줄어든 18억원을 받았다.

그룹 경영진들도 보수 삭감에 동참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7억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억1500만원 줄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1억2200만원 줄어든 7억9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지난 5년내 최악의 실적을 냈다.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1조776억원)을 겨우 넘겼다. 반면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은 15조원을 돌파했다. 재계 서열 2위 현대차에 실적 반등은 절실하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