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대출 제도] 新DTI 이어 DSR… 상환능력 깐깐하게 따져 대출한도 정한다
올 들어 대출받을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금융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정도만 활용했으나 정부가 올해 새로운 대출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더욱 촘촘히 살펴 대출 한도를 계산하는 신(新)DTI가 지난 1월 시행에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26일부터는 마이너스 통장이나 자동차 할부금까지 대출 한도에 반영하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은행권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갑자기 바뀐 대출 한도로 인해 곤란해질지 모른다. 올해 도입된 주요 대출 관련 제도를 살펴본다.

◆미래 소득도 대출 한도에 반영

올 1월31일부터 시행된 신DTI는 신규 대출자의 소득과 부채를 최대한 엄격하게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DTI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이때 원리금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반영됐다. 여기에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과 신용대출 같은 기타 대출의 이자 상환액까지 포함한 게 신DTI다.

신DTI가 시행되면서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추가 대출 한도는 대부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 번째 주택담보대출부터는 신DTI 계산 때 만기가 15년으로 제한된다. 다만 이사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두 개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경우는 기존 주택을 즉시 처분하면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은 빼고 이자만 DTI에 반영한다. 또 2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주택담보대출을 갚겠다고 약정하면 신규 대출에 만기 제한(15년)은 적용하지 않는다.

모든 차주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주택자인 20~40대 젊은 직장인, 신혼부부 등은 신DTI를 적용했을 때 대출 한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기존 DTI는 차주의 전년도 소득 총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지만 신DTI는 미래 소득도 함께 따진다.
[달라진 대출 제도] 新DTI 이어 DSR… 상환능력 깐깐하게 따져 대출한도 정한다
◆마이너스 통장·학자금 대출도 포함

은행권에선 지난달 26일부터 DSR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DSR은 차주가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이자와 원금이 소득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수치다. 예컨대 연봉이 1억원인 사람이 1년간 갚아야 할 원리금이 7000만원이면 DSR은 70%가 된다.

DSR은 신DTI보다 더 깐깐한 규제다. 주택담보대출에 한해서만 원리금을 계산하는 신DTI와 달리 DSR은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자동차 할부금은 물론 중도금, 학자금 대출, 이주비 대출까지 감안한다. 이때 마이너스 통장은 대부분 만기가 연장된다는 점을 고려해 10년 만기로 원금 상환액을 계산한다. 다만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이나 중도금·이주비 등 집단대출, 서민금융상품 대출을 받을 때는 DSR을 따지지 않을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은행권이 DSR을 관리지표로 본격 도입한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DSR 도입 추이를 지켜보며 다른 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자영업자 1억 넘게 빌릴 땐 LTI 따져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의 대출 문턱도 한층 높아졌다. 금융위는 지난달 26일부터 자영업자에게 대출할 때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이란 새로운 여신심사 지표를 도입했다. LTI는 자영업자의 대출총액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대출총액은 자영업자의 전 금융권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해 산출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1억원 초과 신규 대출을 신청하는 자영업자에 대해 LTI를 평가해서 대출 가능 여부를 결정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자영업자의 연간 소득에 비해 개인대출 및 사업자대출 합산액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고 대출이 많다면 추가 대출을 해주지 말라는 얘기다. 10억원 이상 대출할 때 LTI가 적정한 수준인지 심사의견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

◆부동산 임대업 대출 한도 줄어

부동산 임대업자가 신규 대출받을 때는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 지표를 적용한다. RTI 역시 지난달 26일 도입됐다. RTI는 연간 부동산 임대 소득을 연간 대출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이자비용에 비해 임대소득이 얼마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자비용에는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기존 대출도 포함된다.

아파트 등 주택 임대업 대출 시 RTI가 1.25배 이상, 상가·오피스텔 등 비주택 임대업 대출은 RTI 1.5배 이상이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상가와 아파트의 월세가 같더라도 대출 한도는 상가에서 더 많이 나온다.

RTI를 심사지표로 활용하면 부동산 임대업 대출 한도는 전반적으로 줄어든다. 다만 기존 대출의 기한 연장이나 금리, 만기 등 조건을 변경해 재약정하는 경우는 적용하지 않는다. 1억원 이하 소액대출과 상속 및 채권 보전을 위한 경매 참가 등으로 불가피하게 채무를 인수하는 경우 중도금 대출 때도 RTI를 따지지 않는다. 다만 기존 대출을 증액하거나 대환하는 경우 중도금 대출에서 다른 대출로 전환할 때는 RTI를 본다.

금융계 관계자는 “대출할 때 소득산정 방식이 세분화되고 복잡해졌다”며 “신규 대출이 필요한 자영업자나 부동산 임대업자라면 기존 대출 현황부터 살피면서 대출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