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스마트폰의 부진에도 중국 사업 매출 규모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제품 비중이 줄어들며 갈수록 부품사업 중심 기업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스마트폰 판매 '반토막' 인데 中매출 증가 왜?
삼성전자가 2일 내놓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지역 매출은 38조3437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35조5831억원에 비해 7.8% 늘었다.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대비된다.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109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파는 데 그쳤다. 2016년 판매량인 2360만 대의 46% 수준에 불과하다. 4분기에는 시장 점유율이 1.7% 수준까지 떨어졌다.

스마트폰 판매 저조에도 중국 사업 규모가 커진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 사업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시장을 잠식해 덩치를 키우며 더 많은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와 삼성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구입했다. 지난해부터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정보기술(IT) 업체가 데이터센터를 대거 증설하며 서버용 반도체 수요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던 서버용 반도체를 지난해부터 직접 공급하는 등 현지 영업 및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부품기업화는 한국 시간으로 지난 2월2일 새벽에 나온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주가에 미친 영향에서도 드러난다. 애플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놨지만 야심작인 아이폰Ⅹ(텐) 판매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후 열린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4.26% 급락한 것을 포함해 이후 6거래일간 10.27% 하락했다. 애플의 판매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보다는 아이폰Ⅹ에 들어가는 OLED 수요가 줄어드는 데 따른 시장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25.2%를 차지한 반도체는 영업이익의 65.6%를 점유했다. 스마트폰 사업 등을 하는 IM부문은 매출의 40.2%를 차지하고도 영업이익 비중은 22.0%에 불과했다. CE(소비자가전)부문은 매출의 18.3%를 차지하면서 영업이익의 3.1%를 담당하는 데 그쳤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망을 통해 독자 유통망을 구축하기 힘든 TV와 생활가전도 상대적으로 쉽게 중국 소비자에게 공급해 왔다”며 “스마트폰 판매 감소가 판매망 붕괴로 이어지면 CE부문의 중국 실적이 함께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