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개념을 처음 제시한 암호학자 데이비드 차움은 3일 “개인이 가상화폐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차움은 이날 서울 워커힐로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회 분산경제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아 이같이 말했다. 조만간 개인의 가상화폐 통제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겠다고도 했다.

차움은 1982년 암호화된 디지털 서명인 ‘은닉서명’이란 개념을 제시한 유명 암호학자다. 국제암호학화폐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은닉서명은 거래를 주고받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도록 익명화한 게 특징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익명으로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1994년엔 비트코인의 전신인 이캐시(e-cash)로 통칭되는 ‘디지캐시’를 처음 시연했다.

차움은 “가상화폐는 익명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 사생활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훌륭한 결제수단”이라며 “중앙집권적인 기존 권력을 각 개인에게 분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다양한 평가와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임태섭 성균관대 경영대학원(MBA) 교수는 “가상화폐는 기존의 전통적인 자산과는 연관성이 작지만 포트폴리오 측면에선 투자위험 분산을 가능하게 해준다”며 “트레이딩 파트에선 새로운 투자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비용 절감 및 효율성 제고를 통해 금융회사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가상화폐가 하나의 상품으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규제당국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미국 버텍스벤처스의 젠핑 리우 파트너는 “일본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가상화폐 투자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들의 자금 중 0.01%만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와도 굉장히 큰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대형 가상화폐거래소인 폴로닉스를 인수한 스타트업(신생벤처) 써클의 잭 리우 아시아 총괄이사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각 가상화폐별로 기술에 대한 명확한 경로가 나오고 있다”며 “각국 정부 규제도 명확해진 만큼 지난해같은 불확실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가상화폐 가격이 작년말 이후 하락폭의 절반 수준은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