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동조합원들이 1일 오전 광주공장에서 해외 매각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투표 결과 60.6% 찬성률로 해외 매각에 동의했다.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원들이 1일 오전 광주공장에서 해외 매각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투표 결과 60.6% 찬성률로 해외 매각에 동의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親)노동계 정책’으로 일관하던 청와대와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놓고선 노동계와 선을 긋기 시작했다. ‘노동조합 목소리만 듣다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이를 불식시키겠다는 듯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잇따라 노조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노조 간부에게 휘둘려 일자리가 날아가는 상황은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해당사자 고통 분담’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을 깰 경우 앞으로 감당해야 할 부담이 점점 커지는 상황도 염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에 잇따라 경고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작년 3월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을 추진 중이던 금호타이어에 대해 “단순히 금액만 갖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가로 약 9500억원을 제시했지만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이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해 핵심 기술을 챙기고 다시 팔면서 불거진 ‘먹튀’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표’를 의식해 해외 매각을 반대하던 노조 편을 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9월 금호타이어 매각은 무산됐다.

그러나 1년 만인 지난달 30일 청와대 관계자는 더블스타에 매각을 재추진 중인 금호타이어와 관련, “노조 내부에 ‘설마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각하겠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는데 절대 정치적 논리로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노사 합의가 없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댈 곳이 없어진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는 결국 매각에 동의했다.

정부는 지난달 8일 성동조선에 대해선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STX조선도 이달 9일까지 고강도 자구노력에 대한 노사 확약이 없으면 법정관리로 갈 것이라는 원칙을 정했다. 앞서 정부가 구조조정 원칙으로 금융 논리보다 산업 측면을 고려하고, 지역사회 의견도 듣겠다고 밝힌 터여서 ‘자금을 지원해 연명시키지 않겠냐’는 시장의 예상을 깬 결정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STX조선 노조가 고통 분담에 나서지 않으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반발에 일자리 더 줄어들라"… 노조와 선긋기 나선 靑
◆일자리 악화에 따라 강경 대응

청와대와 정부가 강경 노조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최대 과제인 일자리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자칫 노조 간부에게 휘둘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갔다면 전체 직원 4000명 중 30~40%가 일자리를 잃을 상황이었다”며 “정부가 최대 과제로 꼽는 일자리 문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도 출범 후 철도노조 파업에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했다”며 “정부가 원칙을 어기고 노조에 힘을 실어주면 향후 구조조정 때 더 큰 부담을 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출범 전 밖에서 부실기업을 보던 때와 달리 직접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상황 인식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국GM 역시 정치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가 금호타이어 노조에 대해 밝힌 ‘원칙 처리’ 방침은 한국GM 노조에 보내는 메시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직원의 복리후생 축소 등을 담은 자구안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노사 합의가 불발되면 미국 GM이 한국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주주(미국 GM)의 책임있는 역할, 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 경영정상화 방안 등 3대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정지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