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3대 궁금증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8일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놓고 나온 시장 반응이다. 당초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를 설립, 양도세 납부 연기 혜택 등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23.3%)을 직접 사들여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1조원이 넘는 세금을 포함해 6조원 가까운 돈이 든다. 정 회장 부자가 굳이 안 내도 되는 세금을 들이면서 지주사 체제 대신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세운 이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배구조 개편 정당성 확보하겠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 대신 현대모비스를 그룹 정점에 세우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안을 꺼내든 이유는 뭘까.

자동차 및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인수합병(M&A)에 걸림돌이 될 지주사 관련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를 갖추면 지주사와 여러 자회사가 공동 투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게 불가능하다. 조(兆) 단위 자금을 투입해야 살 수 있는 기업의 경우 계열사 한 곳이 모든 자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사들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건설 인수 당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가 4조9000억원을 나눠 냈다.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사업 경쟁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주사 개편을 위해 현대모비스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차를 각각 투자·사업부문으로 쪼개면 두 회사의 미래차 사업 확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정 회장 부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제대로 세금을 내고 지배구조 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해야만, 사회적 공감을 얻고 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오너 일가의 뜻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조세특례법상 정 회장 부자가 지주사에 현물출자를 하면 해당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를 이연해준다”며 “안 내도 될 세금을 내면서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국회에 출석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필요한 타이밍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 현대차 지분도 매각할 듯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기아차(16.9%)와 현대제철(5.7%), 현대글로비스(0.7%)가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기로 했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약 4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양도세 등 지분 양수도 과정에 붙는 세금은 최대 1조4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어림잡아 6조원가량이 든다는 얘기다.

정 회장 부자는 현대모비스(존속) 지분 매입을 위해 현대글로비스(합병) 지분 15.8%를 팔 계획이다. 약 2조7000억원 규모다. 필요한 돈은 6조원인데 3조원 넘는 돈이 모자란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다른 계열사 지분도 매각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각각 2.3%, 1.7%, 11.7% 갖고 있다.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할 가능성도 있다.

합병 승인에 외부주주 동의 필요

남은 변수는 5월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다. 쟁점은 분할 및 합병 비율이다. 현대모비스가 현대글로비스에 넘기는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문의 가치가 낮게 평가돼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70~80%의 주주가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47~54%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현대모비스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약 31%다.

외부 주주로부터 적어도 1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대차(8.1%)와 현대모비스(9.8%), 현대글로비스(10.0%), 기아차(7.0%)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표심’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장창민/유창재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