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명분으로 재추진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제도는 주식 등 금융상품의 투자비중을 높여 연 1%대에 머물고 있는 근로자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수익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자칫 근로자의 마지막 보루인 퇴직연금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금형 퇴직연금, 고수익만 추구하다 노후자금 날릴 수도" 우려 확산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초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한 뒤 오는 9월 정기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당초 고용부는 지난해 말 입법안을 마련하고 법제처 심사까지 마쳤지만 지난 1월 ‘국내 여건상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입법을 철회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회사로부터 분리된 수탁법인을 설립한 뒤 노사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퇴직연금 운용관리 전반을 결정하고, 필요 시 자금 운용을 외부 전문기관(금융회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현행 계약형은 기업이 금융회사와 직접 계약해 퇴직연금 운용 업무 전체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기금형은 계약형에 비해 수급권자인 근로자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 있고, 전문가들이 자금 운용을 결정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된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근로자 노후를 대비하는 수단인 퇴직연금은 높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더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 노조도 회사가 퇴직급여를 운용해 수익을 내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도록 요구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168조원)의 연간 수익률이 1.88%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현행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현행 계약형 제도는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으로 나뉜다. 수익률과 상관없이 퇴직금(퇴직 전 3개월 평균 월급×근속연수)이 같은 DB형과 달리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 운용할 수 있다. DB형의 수익률이 낮아 불만이라면 DC형을 선택해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금형은 계약형과 달리 수탁법인 설립과 운용 및 외부 전문가 채용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인건비와 함께 자체 정보기술(IT) 시스템 인프라 구축, 외부 컨설팅 비용, 가입자 교육 등의 비용도 소요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