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관련 종목 주가는 대부분 하락…글로비스는 강세

현대모비스의 사업 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부분 합병을 골자로 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증권가에서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알짜'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에 내어주게 된 현대모비스의 주주들이 반대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임은영 삼성증권연구원은 29일 낸 보고서에서 "시장이 기다리던 지배구조 개편으로 그룹 실적 회복에 대한 확신이 가능해졌다"며 "그룹 내 각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치열한 노력이 시작되고, 주주친화정책도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분할 법인의 합병은 현대글로비스의 단순 주당순이익(EPS) 증가뿐 아니라 양사 간 사업 시너지 효과, 현금 창출력 증대에 따른 인수합병 재원확보, 성장 및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지주사 전환 없이 대주주가 지분을 사들이는 '정공법'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려면 기아차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모두 털어내야 된다.

또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데 들어가는 자금은 4조5천억원에 달하고 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지분을 팔면서 내야할 양도소득세도 최소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려면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이 50% 이상이어야 하지만 분할 후 존속하는 현대모비스는 지분가액 비중이 20%"라며 "존속 모비스는 완성차의 지분을 소유하는 일종의 '지배회사'이지 '지주회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금융계열사 지분 처리, 합동 출자 해소, 자회사 지분율 의무 규제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양도차익과세 이연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총 1조원 전후의 막대한 세금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 달리 양도세 등 지출이 수반돼도 대주주뿐 아니라 정부·관련 기업 투자자 대부분이 만족할 안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업 분할 및 합병 과정에서 일부 주주의 불만이 제기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인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기존 주주들이 합병비율에 다소 불만을 보일 것"이라며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분할부문의 가치가 9조2천700억원으로 평가됐는데,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부품 사업의 가치평가로는 조금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방안은 긍정적"이라며 "회사 분할 합병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존속 현대모비스는 그룹 사업과 지배구조의 정점에서 대주주 책임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계획대로 분할·합병했을 때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3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분할 전 예상시총보다 적정 가치가 오히려 18.4%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에 불리한 분할 조건으로 인해 주주총회 의결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라며 "부결될 가능성이 있어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배구조 재편안에 대한 시장 의구심도 풀어야 할 과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사업 효율화를 목적으로 인적분할을 단행하지만 AS·모듈 사업을 모비스와 글로비스가 나눠야 하는 이유,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 방법과 시점, 모비스의 분할·합병 비율 등에 대해 여전히 시장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시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전거래일보다 4.90%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현대차(-5.28%), 현대위아(-5.17%), 기아차(-3.48%), 현대모비스(-2.87%) 등 다른 현대차 계열사 주가는 대부분 하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