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j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jng.com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 4778억원의 매출에 8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까지 3년간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이어가고 있고 정부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공기업 특성상 이익이 많지는 않지만 빚 없는 알짜기업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금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면서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0억 장가량이던 연간 지폐 제조량은 지난해 6억 장 수준으로 40% 줄었다.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한 때다.

조용만 조폐공사 사장(사진)은 대전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적극적인 신사업 발굴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악화되는 경영 환경을 정면돌파하겠다”며 “(이를 통해) 공기업 경영혁신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기업으로서의 기본은 더욱 철저히 지킬 것”이라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조 사장은 올해 1월 하순부터 조폐공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Cover Story-한국조폐공사] "국민 퍼스트, 품질 베스트 경영"
▶조폐공사 CEO로 취임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경영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조폐공사는 국내 유일의 제조 공기업입니다.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쓸 수 있게 화폐를 완벽하게 제조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입니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민 퍼스트(First), 품질 베스트(Best)’를 경영 모토로 정했습니다. 국민 편익을 늘리고 무결점 제품을 생산하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기업으로 조폐공사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켜 보겠습니다.”

▶올해 경영목표는 어떻게 설정했습니까.

“매출 488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이 목표입니다. 작년보다 매출은 102억원 높게,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세 자릿수 목표를 잡아봤습니다. 목표를 달성해 5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싶습니다.”

▶화폐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주력제품 수주 감소는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고 지난 몇 년간 계속돼온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조폐공사는 지난 4년간 우수한 실적을 이뤄냈습니다. 그동안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개척해온 노력이 성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신규사업 확대와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매진해 신규 수익원을 한층 넓힐 생각입니다.”

신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있습니까.

“조폐공사는 화폐와 동전만 만드는 줄 아는 국민이 많은데, 만드는 제품이 의외로 많습니다. 수표 상품권 채권 등 유가증권부터 여권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 우표에 이르기까지 약 150종에 달해요. 조폐공사는 이런 다양한 제품을 만들면서 많은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위·변조 방지기술, 동전 제조에 쓰이는 특수압인기술, 첨단보안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자여권·신분증 제조기술, 특수보안 인쇄술과 정품인증기술, 사물인터넷(IoT)이나 블록체인 기술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무궁무진한 신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습니까.

“무엇보다 주화제조 기술을 활용한 메달사업(특수압인사업)을 확대해 볼 생각입니다. 메달사업은 지난해 513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불리온메달 사업 등을 확대해 글로벌 메달 시장을 선도하고 싶습니다. 보안제품 제조 노하우와 위·변조 방지기술을 활용한 사업, ‘짝퉁’을 가려낼 수 있는 정품인증과 민간기업 브랜드 보호 사업도 적극 개척할 계획이고요. 정부가 2020년께 발행을 추진하는 차세대 여권 사업도 차질 없이 수행할 계획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공공 서비스, IoT용 보안 모듈 개발 등 미래형 신사업에도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화폐제조업체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을 한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조폐공사는 창립 이래 67년 동안 오프라인에서 절대 가짜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공공 목적의 제품을 공급했습니다. 이제 온라인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같은 역할을 하려는 겁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공공분야에서 안전한 지급 인증 수단과 정보보호·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콤스코(KOMSCO: 조폐공사 영문 약칭) 신뢰 플랫폼’을 출범시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연내 모바일상품권과 문서인증 분야에서 시범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해외 진출 구상은 뭡니까.

“조폐공사는 2016년 이후에만 인도네시아 은행권 용지 수출, 키르기스스탄 전자주민증 사업 수주, 태국 주화제조 사업 수주 등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수출을 빠르게 늘려왔습니다. 작년 해외 매출은 사상 최대인 576억원에 달했습니다. 올해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포함해 수출 품목을 확대하고 수출 지역도 다변화할 생각입니다. 현재 12%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30% 선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부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을 받은 비결은 뭡니까.

“실적도 좋았지만 사회적 역할을 강화한 점이 주효했습니다. 화장품 홍삼 같은 한류제품 포장에 조폐공사 위·변조방지 기술을 적용해 한류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여권발급 서비스도 시작했고요. 청소년증에 교통기능과 지불기능을 추가한 것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강도 높은 체질 혁신과 공정효율화, 원가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조폐공사는 과거 노사갈등이 심했습니다.

“1990년대 조폐창 통폐합 과정에서 심한 노사갈등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후엔 노사관계가 많이 원만해졌습니다. 18년 연속 무분규·평화적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을 정도입니다. 지난해엔 공공기관 최초로 ‘노사문화 대상(大賞)’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대 국정과제가 일자리 늘리기입니다. 올해 채용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전체 직원의 5%를 넘는 75명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려고 합니다.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아울러 지난해 기간제 근로자 18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다음달 특수경비직 등 파견용역 근로자 136명을 자회사 설립 방식을 통해 정규직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소 협력사들과 동반성장 계획도 있습니까.

“협력업체들과 한 단계 더 발전하자는 의미를 담아 ‘점프 업!’이란 슬로건을 내놓고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폐공사의 위·변조방지 기술을 외부에 개방해 협력사들이 신사업을 모색하도록 지원하고 있고 교육, 자금지원, 소통, 홍보 등 12가지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상생협력펀드’ 10억원을 조성해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대전=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