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의선 父子, 계열사의 모비스 지분 사들여 순환고리 차단
4조5천억원 소요 예상…양도소득세만 1조원 넘을 듯


정몽구, 정의선 현대차그룹 오너 부자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법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 대신 사재 4조~5조원을 들여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정공법'을 택했다.

현대차그룹이 28일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의 핵심은 정몽구 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재 기아자동차 등 주요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4개인데, 기아차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털어내면 고리가 모두 끊어지는 구조다.

앞으로 전개될 지배구조 개편 순서는 우선 현대모비스가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고, 분할된 사업부는 현대글로비스가 흡수 합병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순자산 가치 비율에 따라 0.61 대 1로 결정됐다.

이 과정을 거쳐 현대모비스에 핵심 사업부만 남겨 놓은 뒤, 7월 이후에는 정몽구·의선 부자와 계열사의 지분 거래가 이어진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등 사업구조 개편은 끝나더라도 기존 4개의 순환출자 고리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리를 끊기 위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0.7%, 5.7%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 부자가 이 지분을 모두 매입하는 데는 4조5천억원(27일 종가 기준)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매각하는 등 계열사 지분을 적극적으로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처분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전례 없는 양도소득세도 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양도소득세 규모가 해당 시점의 주식 가격, 매각 주식 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조원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대주주 대상 과세표준이 3억원 이상인 경우 양도세율이 주식을 매각하여 생긴 소득의 22%에서 27.5%(주민세 포함)로 상향 조정된 점을 반영한 추산이다.

연간 국내 전체 주식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주식 양도소득세 규모가 약 2조~3조원(2016년 개인 기준) 수준인 만큼 이들 부자가 거의 한해 전체 주식 양도소득세의 절반 정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런 직접 지분 매입 방식을 택한 배경에 대해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대주주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두 분이 편법을 동원하지 않는 적법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현대차그룹에 신뢰를 보내 준 국민에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