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혁신적, 역사적 합의"로 선전하며 '트럼프의 승리'로 자평
전문가 "정치적 압박은 80년대의 부활일뿐"…당시 대일적자 오히려 증가
한미FTA 개정 자화자찬하는 미 정부… "장기적으론 손해"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7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온갖 수식어를 붙이며 자화자찬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와 미 언론에서는 정치적 압박을 통한 당장의 '무역 승리'가 미래에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한미FTA 개정 소식을 알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접근법이 옳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홍보했다.

한 고위 관료는 "혁신적이고 선견지명을 보여준 합의"라면서 "과거 정부가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무역 협상에 실패한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한국 정부와 원칙적으로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했다"며 들뜬 표정을 보였다.

다수의 정부 관료들은 한미FTA 개정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의 '커다란 정치적 승리'라고 묘사하면서 무역 분쟁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기존 접근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준 것으로 자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주장과 달리 관세를 이용해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상을 압박하는 수법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WP는 진단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전에 미국이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자주 써먹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수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무역 전문가인 에드워드 올던은 "트럼프가 1980년대를 부활시키고 있다"면서 "(1980년대는) 미국의 우려를 처리하기 위해 대개 일본과 일련의 정치적 타협을 하던 시대"라고 규정했다.

이어 올던은 "이것은 레이건의 교과서"라면서 "오랫동안 그런 수법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구속력 있는 분쟁 해결이 관세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타협으로 무역적자를 해소한다는 현 정부 기조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행정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미 행정부는 1981년 일본산 자동차 수입 제한 합의를 시작으로 일본의 수출을 자발적으로 줄이는 수십 건의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1980년대 말에는 이러한 수입 제한 조치가 시작되기 전보다 오히려 더 대일(對日) 무역적자 폭이 커졌다고 WP는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필 레비는 한국과의 이번 합의가 전혀 인상적이지 않다고 평가한 뒤 "대체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과거 한미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확실히 개선된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사상 최악의 거래'라고 불렀던 것을 '완전히 새로운 공정하고 호혜적인 거래'로 탈바꿈시켰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시민단체 '공공시민세계무역감시'(PCGTW)의 로리 월락 국장은 "한국과의 새로운 합의에서 거둔 '제한적인' 성과는 대통령이 약속한 무역 정책에서의 혁명에는 못 미친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추가로 압박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보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미국과의 동맹에 균열을 내기 어려운 한국과의 FTA 개정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 중국이나 NAFTA와 같은 더욱 큰 상대와의 협상에서도 통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미FTA 개정 자화자찬하는 미 정부… "장기적으론 손해" 지적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