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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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는 건물 주춧돌을 놓는 역할만 할 뿐 그 위에 어떤 건물을 지을지는 개별 은행의 몫입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사진)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각종 규제 속에 은행들을 일괄적으로 가둬두기보다 최소한의 규정을 두고 각자 처한 환경에 맞춰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은행산업이 발전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각종 현안을 검토하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벌써 3년 임기 중 12분의 1이 훌쩍 지나갔다”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은행연합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연합회 모든 부서의 업무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은행연합회는 올 1분기에만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부터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소득대비대출비율(LTI) 등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지금은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공동인증 서비스 시행 규정 등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은행들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최근 은행권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논의를 시작했는데 각 은행의 사례 등을 반영해 다양성과 유연성을 감안한 모범규준안을 내놓을 것”이란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작년 은행들이 11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낸 데 대해 “‘이자장사’로 돈을 벌었다는 외부 비판을 받으니 은행들이 수익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며 “개선된 이익만큼 서민 등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하고, 혁신·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 기술금융을 강화하는 금융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이익 규모가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최대’라고 볼 수 있지만 실제 미국 등의 은행 수익성을 따져보면 국내 은행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이제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통해 성장동력을 찾아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며 “협회 차원에서는 현지 금융협회들과 인적·물적인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인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 중심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국내 은행들의 현지 인지도를 높여 진출 기반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란 게 김 회장의 구상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