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관치, 연금사회주의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민연금의 이해 상충 가능성을 진단하고,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다각도의 방지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해 지난해 7월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맡겼다가 최근 제출받은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서 첫 번째로 내세운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의 세부사항 중 하나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의결권 등 주주의 권한을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행사할 경우 제기될 재계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국민연금이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행하려고 준비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경우 국내 자본시장에 핵폭탄급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주식시장과 국내 기업에 줄 충격이 크기에 연금당국은 국민연금 주주활동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며 재계의 경영간섭 시비를 차단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돈을 맡긴 수탁자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원칙으로 주주권 행사지침이자 모범규범을 말한다.

◇ 국민연금 주총 거수기 꼬리표 떼나?
국민연금 앞에는 수식어 마냥 '종이호랑이', '주총 거수기', '주총 찬성 자판기' 등의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 주주로서 제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횡령·배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재벌 사주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 민감한 사안에 기권하거나 중립 의사를 밝히기 일쑤고, 반대의견을 내는 경우도 적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행동하는 주주'로서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배당확대와 경영 투명성 등을 요구하게 되면 더는 이런 소리를 듣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국내 자본시장의 '공룡'으로 통한다.

국민연금은 2017년 12월말 현재 전체 621조7천억원의 자산중에서 국내주식에 131조5천억원(21.2%)을 투자하고 있다.

지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270곳이 넘고, 10%를 넘는 기업만도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90곳에 육박한다.

◇ 경영간섭 시비 차단에 '방점'…주주활동 전담 상설기구 설치·공시 강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움직임에 재계는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투자대상 기업의 재무적·비재무적 요인을 점검하고 적극적 주주활동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게 목표라고 강변해도 재계는 기업 경영권을 간섭할 수 있다고 반대한다.

보고서는 이런 우려를 잠재우고자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때 혼선을 줄일 수 있게 주주활동 유형과 범위, 절차 및 기준, 법규 준수 절차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부지침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또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담당조직, 의결권 행사 및 검토 절차, 의결권 행사내용·찬반사유 공시 등에 관한 내부 정책 및 세부지침을 만들어 공개하도록 했다.

나아가 주주활동 관련 기록 유지를 비롯한 수탁자 책임과 관련한 제반 정책·지침 및 주주활동 현황을 공시하도록 명시했다.

국민연금 전체 의결권 행사내용, 특히 경영진 제안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내용에 관한 요약 및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주주활동 대상 이슈, 주주활동 형태, 주주활동 진행 단계 및 주주활동 성과 등에 따라 전체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 내용을 범주화해 요약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노사 가입자단체 추천 전문가 등으로 구성해 대표성과 독립성을 가진 '수탁자책임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상설기구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특히 수탁자책임위는 법률·재무·자산운용, 환경·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전문가를 상임위원으로 선임해 전문성을 제고하고 정부의 영향력 행사 등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수탁자책임위는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내부 정책·지침 마련 등 포괄적 권한과 책임을 지게 된다.
국민연금 주총 거수기 꼬리표 뗄까… 재계 반대가 걸림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