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완성차의 평택항 수출 선적 모습. (사진=한경DB)
우리나라 완성차의 평택항 수출 선적 모습. (사진=한경DB)
한미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부문은 당초 우려보다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자동차업계 입장에선 한국차의 북미 수출은 무관세가 유지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의 안전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수입 할당량)가 업체당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어나게 됐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에 따르면 양국은 미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자동차에서 픽업트럭(화물차) 관세철폐 기간 연장,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 유연성 확대에 합의했다.

우선 한국차의 북미 수출 차량에 대한 무관세 혜택이 유지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대미 수출은 큰 고비를 넘겼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127만5000여대를 팔았으며 이중 수출 물량은 약 61만대다. 한국GM은 2016년 16만2000대, 지난해 13만대의 차량을 북미로 수출했다.

르노삼성은 일본 닛산자동차의 북미 수출용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로그 북미 수출은 12만3000대다. 로그는 2019년 말까지 생산할 예정으로 무관세 효과를 지속하게 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우려했던 대미수출 리스크가 당분간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차 업체들의 입장에선 국내 법규가 완화돼 종전보다 2배 늘어난 5만대까지 수입해서 팔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다만 미국 업체들이 그동안 연간 2만5000대 이상 판매하는 업체들이 없는 데다 포드, 크라이슬러의 한국 판매량은 한해 1만대 미만에 그쳐 큰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준이 바뀌어도 별 영향이 없다는 판단 하에 미국의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의 제품 라인업을 한국에 일부 수입해서 판매하는 한국GM은 수출과 수입 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업체가 됐다. 한국GM은 현재 임팔라, 볼트(EV) 등 3개 모델을 수입해서 팔고 있으며 올 2분기 출시 예정인 에퀴녹스도 미국산 차량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글로벌 제품을 국내에 적극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했다.

이날 국내 완성차 대변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양허관세율 조정,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의 부분에서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었으나 현행대로 유지되도록 선방한 정부의 협상 노력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일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협정에서 미국은 2021년까지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완전히 없애기로 했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철폐 기간이 2041년까지로 20년 연장됐다. 픽업 차량 '싼타크루즈' 개발을 준비중인 현대차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무관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당장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트럼프 정부가 이번 FTA 개정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