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애경산업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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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기업들이 주식시장의 문을 잇따라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침체기를 맞이했던 업황이 최근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국내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지난 22일 올해 '코스피 상장 1호'로 증시에 입성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상반기께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사드 갈등으로 업황이 악화되자 일정을 연기했다. 당시 화장품 업종에 대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하락하면서 공모가가 낮게 형성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장 이후 사흘째되는 이날 오후 애경산업은 3만4000원대에 거래되면서 공모가 2만9100원를 약 17%를 웃돌고 있다. 애경산업은 2017년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4405억원, 329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높은 화장품 사업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21%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화장품 종목 대비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경산업이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다음주자로 마스크팩 '메디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엘앤피코스메틱이 주목받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엘앤피코스메틱은 2012년 메디힐을 론칭해 마스크팩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마스크팩 단일 카테고리에서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5천만불의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초 엘앤피코스메틱은 작년 상반기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었지만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일정을 잠시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한중 관계 회복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미뤘던 상장 일정이 이르면 올해 안에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유리 핑크쿠션'으로 알려진 엠에스코도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상장 주관 계약을 맺고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된 'DPC 핑크 아우라 쿠션(이유리 핑크쿠션)'으로 매출 400억 원을 기록했고, 미용기기 'DPC 스킨 아이론' 역시 인기를 얻으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화장품 업종 투자심리 완화 등으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께 상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돼지코팩'으로 유명한 화장품 제조업체 미팩토리, 화장품 브랜드 헉슬리를 보유한 노드메이슨, '매직스톤' 비누로 입소문을 탄 에이피알(에이프릴스킨) 등이 상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사드 보복 분위기가 풀리면서 막혔던 화장품 기업 기업공개(IPO) 행렬이 올해부터 다시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5월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이 한중 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화장품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사드 보복 이슈가 해소되는 국면인 데다 온라인과 헬스앤드뷰티(H&B)스토어를 기반으로 성장한 중소 화장품 업체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며 "이들 기업이 중국, 일본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자금 조달 차원에서 IPO에 나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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