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기아차 카니발 스티어링 내수·수출 차이에 '잡음'
국내 미니밴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카니발의 스티어링 구동 방식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유압식 스티어링이 달린 내수용과 달리 미국 판매용은 상위 트림(세부 모델)에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MDPS)이 장착 돼서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기아차는 ‘세도나’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카니발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SX와 SX 리미티드 모델은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을 적용했다.

반면 국내에서 팔리는 카니발은 모두 유압식 스티어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을 거친 더 뉴 카니발도 8단 자동변속기가 추가됐을 뿐 스티어링 구동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적은 힘으로도 주행 방향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기술 발전 단계별로 유압식 스티어링(HPS)과 전자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EHPS),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등으로 구분된다.

유압식 스티어링의 경우 엔진에 연결된 유압펌프가 조향을 돕는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은 전기 모터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덕분에 보다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동을 켜지 않고도 일정 부분 바퀴 정렬이 가능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내연기관차에서 유압식 스티어링은 없어지는 추세”라며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이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편리한 주차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능동적인 반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면서 “다만 고장수리 비용이 다소 비싼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러한 차이가 시장별 맞춤 전략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차량이 운전자 의도에 즉각 반응하는 직결감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다”면서 “현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선택권 조차 없다는 점에서 ‘내수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미국 판매용에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이 달린 건 관련 문제가 모두 개선됐다는 뜻”이라며 “비용 절감 측면에서 봐도 선뜻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카니발은 내수 시장에서 지난 한 해 동안 6만8386대 팔리면서 기아차 실적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같은 해 상용차를 제외한 전체 판매량(45만6463대) 중 차지하는 비중은 14.9%에 달한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