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관세 압박에 서둘러…시작부터 전면 아닌 부분개정

올해 1월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3개월 만에 사실상 타결됐다.

7차 협상까지 하고서도 여전히 안갯속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달리 3차례 공식협상 만에 상대적으로 '싱겁게' 끝난 것이다.

한미FTA는 NAFTA와 달리 제한된 범위에서 개정을 시도했고 미국의 철강 관세 압박과 양국의 정치 상황 등 타결을 재촉한 요인들이 있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미FTA 개정협상을 시작하면서 NAFTA와 달리 협정을 전면 개정할 경우 따라야 하는 무역촉진권한법(TPA) 절차를 밟지 않았다.

당초 협정 유지를 원했던 우리 정부는 미국에 "소규모 타격 가능한 패키지로 협상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해 8월 시작한 NAFTA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미FTA에서 과시할만한 성과를 빨리 낼 필요가 있었다.

양국 모두 가급적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협상을 시작하니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1일 2차 협상 직후 "전부 다 힘들었고 갈 길이 아직도 멀다"고 밝혔다.

치열한 협상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5~16일 미국의 철강 관세와 연계해서 진행한 3차 협상부터다.

미국은 한미FTA에서 양보하면 한국을 철강 관세에서 빼주겠다고 압박했고, 정부는 3월 23일 관세 시행일 전에 철강 관세 면제 협상과 한미FTA 개정협상을 일괄 타결하려고 시도했다.

3차 개정협상 외에도 6차례의 한미 통상장관회담, 4차례의 한미FTA 수석대표 협의, 수시로 진행된 분야별 기술협의 등 일주일간 집중 협상이 이뤄졌다.

산업부는 "수석대표 협의 및 분야별 기술협의를 통하여 협상 범위를 핵심 관심 분야 중심으로 대폭 축소했으며 양국 통상장관회담에서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 또는 절충안 모색으로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철강 관세 외에도 양국이 협상 타결을 서두를 이유가 있었다.

양국 외교·안보라인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한미FTA 등 통상 이슈로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협상이 길어질 경우 한미FTA가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정치 쟁점화되면서 타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