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500조원을 돌파했다. 공무원·군인연금충당부채가 지난해 93조원 넘게 급증하면서 845조원으로 불어난 게 가장 큰 영향을 줬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대로 임기 중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면 연금충당부채가 더 빠르게 불어나면서 국민 부담을 키울 우려가 있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17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는 감사원의 결산심사를 거쳐 5월 말 국회에 제출된다.

◆연금충당부채 93조원 급증

공무원연금 부채 급증 탓… 작년 국가 빚 1500兆 넘었다
기업회계와 같은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작성된 정부 재무제표를 보면 국가의 자산은 작년 말 2063조2000억원, 부채는 1555조8000억원, 순자산(자산-부채)은 507조4000억원이었다.

부채는 2016년 1433조1000억원보다 122조7000억원(8.6%) 늘었다. 공무원과 군인에게 줘야 할 연금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연금충당부채가 2016년 75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845조8000억원으로 93조2000억원(12.4%) 급증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전체 부채에서 연금충당부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52.5%에서 작년 54.4%로 2%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국채발행 잔액은 지난해 626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1조8000억원 늘었다.

◆커지는 국민 부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금충당부채 증가액(93조2000억원) 중 82조6000억원은 현재가치 할인율이 낮아진 데 따른 회계적 효과로, 실질적인 증가분은 10조6000억원 수준”이라며 “실제 연금지출액도 공무원과 군인 재직자들이 납부하는 기여금 등으로 우선 충당하기 때문에 충당부채 전액을 국민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모두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은 구조인 만큼 연금충당부채의 상당 부분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한국정부회계학회장)는 “정부가 임기 중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면 연금충당부채와 국민 부담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며 “수요를 치밀하게 다시 따져보고 꼭 필요한 공무원만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수지 적자는 줄어

중앙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627조4000억원으로 전년(591조9000억원)보다 35조4000억원 늘었다. 지방정부 채무까지 포함한 국가채무(D1)는 전년보다 33조8000억원 증가한 660조7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총수입(430조6000억원)에서 총지출(406조6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4조원 흑자(GDP 대비 1.4%)였다. 하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 제외)는 18조5000억원 적자(GDP 대비 -1.1%)였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