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차 협상 마치고 귀국하는 김현종 본부장 >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3차 협상을 마친 후 2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3차 협상 마치고 귀국하는 김현종 본부장 >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3차 협상을 마친 후 2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면서 양국 간 ‘주고받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상 결과 양국의 ‘이익 균형’이 이뤄졌는지가 초점이다. 정부는 일단 민감한 농산물 추가 개방과 자동차 부품 관련 양보는 없었다고 밝히면서 세부 협상 결과는 26일 국무회의 이후 공개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철강 관세(25%)를 면제받는 대신 국내 완성차 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등 자동차 분야에서 주로 양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농산물 추가 개방 없어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미국에서 돌아온 뒤 한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과 철강 관세(면제)에 원칙적인 합의, 원칙적인 타결을 이뤘다”며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해 국내 업계가 안정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농산물에 대해서는 “추가 개방이 없다”고 했다.
철강·농산물 지켰지만… 안전기준 완화 등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
지난 1월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시작될 때만 해도 협상 타결에 최소 2~3년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다. 3개월 만에 협상이 타결된 것은 미국과 캐나다·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하루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전 개정을 해야 하는 NAFTA보다는 부분 개정을 하는 한·미 FTA 협상 타결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2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협상 결과를 보고한다. 국무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협상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산 車 안전기준 완화 가능성

지난 세 차례의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분야는 자동차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액은 총 686억달러였다. 이 중 자동차가 147억달러로 1위 수출 품목이었고, 자동차 부품은 57억달러로 3위였다. 미국 수출의 30%를 자동차 관련 품목이 차지했다.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안전·환경기준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꼽으며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한·미 FTA에 따라 미국산 차는 한국의 안전·환경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미국 기준만 맞추면 제작사별로 연간 2만5000대까지 한국 시장 판매가 가능하다.

미국은 이 물량을 늘려주거나 미국 기준에만 맞으면 물량 제한 없이 모두 수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자동차는 6만 대 정도다. 미국은 2021년으로 예정된 한국산 픽업트럭(뚜껑 없는 적재함이 설치된 소형 트럭)의 수입 관세 철폐 시점을 늦추자는 요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NAFTA 재협상에서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50%를 미국에서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도 비슷한 조건이 포함되면 한국 부품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왔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이 같은 내용이 들어갔느냐’는 질문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철강 관세 면제돼도 걱정

한국은 자동차 시장을 양보한 대신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영구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한국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4월 말까지 일시 면제해 줬고, FTA 개정 협상 결과에 따라 영구 면제시켜주겠다고 했다.

다만 한국이 영구면제국이 돼도 미국이 철강 쿼터제(수입 할당량 부과)를 도입하면 관세 면제 효과가 상당 부분 사라진다. 철강 쿼터제가 도입되면 약속된 수출 물량만 관세를 면제받고 쿼터를 초과한 물량은 25%의 추가 관세를 내야 한다.

한국은 ‘불리한 가용정보(AFA)’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미국의 수입 규제 조치가 남발되지 않게 방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FA는 미 상무부가 상대국 기업이 충분한 협조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제소자인 미국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고율 관세를 매기는 기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