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시간끌기’ 작전에 들어갔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우려에도 지난 24일 총파업을 강행한 데 이어 국내 기업 중 한 곳이 인수를 타진했다는 설까지 흘리고 있다. 업계와 채권단에서는 “노조 집행부가 끝까지 버티면 정치권이 나서서 회사를 살려줄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호타이어 노조와 채권단 등에 따르면 노조가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인수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기술력만 빼먹고 재매각할 게 뻔하다는 게 노조의 첫 번째 주장이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 투입한 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적어도 15년은 걸리기 때문에 ‘먹튀’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채권단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산은은 “더블스타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국내 기업 중 투자를 제안한 곳은 없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법정관리로 보낼 리가 없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노조의 주장 역시 어불성설이라고 채권단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 수석부행장은 “오는 30일까지 노조가 해외 매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채무상환 유예는 취소될 것”이라며 “이 경우 유동성 문제 때문에 회사가 버틸 수 없다”고 공언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금호타이어는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회사와 채권단의 내부 문건을 보면 “법정관리 돌입 시 신차용 타이어 계약이 대부분 끊길 것이고, 광주공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계약을 끊겠다”고 밝혔다. 교체용 타이어 수요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이 경우 직원 절반 이상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적이 악화돼 회사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 1분기 매출은 법정관리 우려에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도병욱/정지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