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삼성의 길 '공존공영(共存共榮)'에 있다
삼성이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별도의 기념식은 열지 않았다. ‘사면초가’에 몰린 사내·외 분위기를 감안해서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인 ‘삼성 때리기’에 ‘80년 성장신화’는 묻혀버렸다. 삼성은 돌파구로 ‘공존’을 선택했다. 창업이념 중 하나인 ‘사업보국’의 의미를 확장해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세상과 공존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 자체 제작한 ‘다이내믹 삼성 80, 새로운 미래를 열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7분짜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은 △도전의 길 ‘개척의 발걸음을 내딛다’ △초일류의 길 ‘세계를 향해 비상하다’ △미래의 길 ‘100년 삼성을 준비한다’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도전의 길’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38년 설립한 삼성상회를 보여주며 시작됐다. ‘물자가 부족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만 28세 청년이 청과와 건어물을 수출하는 무역회사를 차린 이유였다. 이 창업주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기준은 명확했다. “사업 자체가 국민에게 도움이 돼야 하고, 국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1974년 많은 임원의 반대에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이유다.

100년 삼성의 길 '공존공영(共存共榮)'에 있다
‘초일류의 길’은 1987년 이건희 회장의 취임으로 시작했다. 이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양에서 질로의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신경영을 선포하고 그룹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었다. 당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했던 이 회장의 발언은 지금도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신경영 이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25년 연속 세계 1위, 스마트폰 세계 1위, TV 12년 연속 세계 1위라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미래의 길’에서는 100년 삼성 앞에 놓인 불확실한 미래를 조명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데이터테크놀로지 등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신생 기업이 삼성과 같은 전통 강자를 위협하고 있다고 삼성은 진단했다. 전문가 인터뷰도 했다. 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거창한 약속은 필요없다”고 제언했다.

영상은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권 회장은 “변화를 위해 임직원의 마음가짐, 일하는 방법이 지금 다시 한번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