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위험 크지 않다지만 경계감 높아져…금리역전 폭·기간 확대는 부담
한은 기준금리 보조 맞춰 올릴 듯…여건 무르익지 않으면 충격 우려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미 양국 정책금리가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됨에 따라 한국은행 금리정책 여건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한미 금리역전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는 자본유출 위험을 높이는 불안요인이다.

당장 조짐은 크지 않다지만 일단 현실화되면 치명상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높다.

한은은 금리역전 폭과 기간이 과하지 않도록 보조를 맞추되 자칫 경제주체들이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절묘하게 통화정책을 펼쳐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연임이 확정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일단 5월 금리 인상설을 경계하며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금리역전] 10년7개월 만에 한미 정책금리 뒤집혀…압박받는 한은
◇ 한미 정책금리 뒤집혀…한은 금리인상 불가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1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1.50∼1.75%로 0.25%p(포인트) 인상했다.

한은 기준금리(연 1.50%)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2007년 8월 이래 처음이다.

미국이 예상대로 6월에 금리를 또 올리고 한은은 4월과 5월 금통위에서 동결하면 상반기에 금리차는 0.50%p로 벌어진다.

만약 미국이 올해 4회 인상하고 한은이 하반기 1회 올리는 데 그치면 연말이면 0.75%p로 커진다.

내년에 금리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한은과 금융시장에서는 당장 자금유출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

자금이 단지 금리 차만 보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최근 한국 기업실적이나 경제 전반 사정이 좋다는 점 등이 그 배경이다.

10년 전에도 최대 1%p 차이가 났지만 자금유출이 없었다.

과거보다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고 캐나다, 스위스 등 주요 국가들과 통화스와프 협정이 확대된 점 등도 우려를 완화한다.

이에 더해 이주열 총재는 청문회에서 남북 관계 개선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투자 유인이 커지고 자금유출 압력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다고 해도 한미 금리역전이 장기화하고 폭이 커지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 경제 성장세가 받쳐주기를…가계부채는 부담

문제는 경제 성장세가 금리인상을 감내하기에 충분한가이다.

2월 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물가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내수경기가 개선돼서 수요측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모습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것이다.

전날 청문회에서도 이 총재는 "당분간 수요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같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대거 등장했다.

GM사태와 기업 구조조정 등 지역경제와 일자리에 부정적인 이슈가 불거졌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일자리, 소비 등에 미치는 효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4조원 규모 청년 일자리 추경을 추진한다.

올해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변화가 크지 않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는 등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저금리 등에 힘입어 1천450조원이 넘게 급증한 가계부채도 한은 금리정책에 큰 부담이다.

정부 규제 강화로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소득 증가율보다는 빠르게 늘고 있어서 위협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리를 올리면 가계 빚을 잔뜩 짊어진 취약계층이 무너지며 경기를 냉각시킬 우려가 있다.

한은은 이런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서 경제 충격이 가장 적은 답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금리역전] 10년7개월 만에 한미 정책금리 뒤집혀…압박받는 한은
◇ 올해 1회 or 2회?…상반기에 금리 올릴까

이 총재는 청문회에서 추가 금리인상은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 금리인상과 관련해 한은이 상반기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냐는 질문에도 "(금융시장이) 5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 발언에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최근 커진 5월 인상 기대감을 경계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상반기 인상 기대가 살아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 인상한다고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국내 경제 상황, 가계부채 고려해서 할 거 같다"고 강조한 뒤 "많게는 올해 두 번 정도 올릴 것으로 본다"며 5월 인상을 예상했다.

4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 성장세가 높게 나온다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은이 경기 회복세를 더 확인하고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 조정에 나설 것이란 견해도 많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금리를 1회 올릴 것으로 보지만 2차례 올릴 가능성이 전보다는 높아지긴 했다.

다음 인상 시기를 원래 하반기로 봤는데 7∼8월쯤으로 앞당겨졌다고 본다"며 "성장률, 내수 소비 회복세, 가계부채 증가율, 부동산 시장 동향 등 국내 지표들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