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제왕' 주꾸미가 사라지고 있다. 이상기후와 무분별한 포획으로 국내 주꾸미 어획량은 최근 10년 사이에 반토막 났다. 소비자들은 값이 오른 주꾸미 대신 낙지, 흰살새우 등 대체 수산물을 찾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봄의 제왕' 주꾸미가 사라지고 있다. 이상기후와 무분별한 포획으로 국내 주꾸미 어획량은 최근 10년 사이에 반토막 났다. 소비자들은 값이 오른 주꾸미 대신 낙지, 흰살새우 등 대체 수산물을 찾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봄철 기력충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주꾸미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어획량이 반토막이 난데다 올해는 해거리까지 겹치면서 값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21일 주꾸미의 주요 집산지인 군산, 서천 수협 등에 따르면 지난해 주꾸미 1kg당 낙찰가격은 1만7000~2만1000원대였으나 올해는 3만원 중반대에서 결정되고 있다. 그나마 잡히는 양도 많지 않아 지역 거점 수협에 판매하는 물량도 제한되고 있는 상태다.

주꾸미 어획량은 최근 10년 간 절반으로 떨어졌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2007년 6828t에 달하던 연간 국내 주꾸미 어획량은 지난해 3460t까지 줄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월 주꾸미를 '회복대상종'에 포함시켰다.

주꾸미 어획량이 줄어든 데는 이상기후가 꼽힌다. 주꾸미가 최적의 환경에서 산란하기 위해서는 수온이 일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겨울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받아 주산지인 충남 서해안 연안 일대에 강추위가 몰아쳤다. 수온이 차고, 불규칙하면 산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알을 밴 이른바 '알 배기 주꾸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개인 낚시꾼들이 무분별 포획하는 것도 주꾸미 어획량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꾸미의 산란기는 4~5월이라 산란 전인 3월 주꾸미가 알이 차고 부드럽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는 해거리까지 겹쳤다. 주꾸미는 한 해 풍어를 맞으면 이듬해 어획량이 감소하는 대표적인 해거리 어종이다. 지난해에는 2016년 가을 수온이 올라 주꾸미 출하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해 초겨울부터 이어진 한파로 출하량이 급감했다.

주꾸미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대체 수산물을 찾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마트가 최근 3년간 수산물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5년 3~4월 전체 수산물 중 주꾸미 매출은 3~4위권이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5위로 하락했다. 전체 수산물에서 주꾸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이 기간 7.1%에서 5.7%로 줄었다.

봄 제철 수산물 매출 비중은 수입산 낙지, 흰다리새우 등 대체 수산물로 수요가 이동하며 이들의 매출 비중이 높아졌다.

2015년 3월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낙지의 경우 지난해 3월 3.2%의 매출 비중을 차지했으며, 흰다리새우는 2015년 3월과 4월 3%대 매출 비중에서 지난해 5% 수준까지 올라섰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