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쟁력이 곳곳에서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영진이 “미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권오현 삼성전자 회장)는 걱정과 두려움을 외부에 공공연하게 얘기할 정도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삼성의 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 환부가 가려져 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12년 29조5000억원에서 2017년 53조6000억원으로 5년간 82% 급증했다. 반도체 부문을 빼면 상황이 달라진다. 2012년 24조900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18조4000억원으로 오히려 26% 줄었다.

주력 제품이던 스마트폰도 눈에 띄게 힘을 잃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7%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3년까지만 해도 19.7%로 독보적인 1위였다. 1위에서 8위(2017년)로 추락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4년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2006년 와인잔을 닮은 보르도 TV를 내세워 세계 정상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고가 프리미엄 시장만 따지면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 일본의 소니와 LG전자가 삼성전자에 없는 OLED TV 등을 내세워 삼성전자 시장을 야금야금 빼앗고 있다.

다른 계열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중공업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은 4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들의 시장 점유율도 하락 추세다.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 재편은 막힌 상태에서 금산분리 등 규제까지 강화되고 있어서다.

계열사 간 실적 불균형으로 삼성전자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16개 상장 계열사 전체 영업이익 중 삼성전자 영업이익 비중은 2012년 81%에서 지난해 90%로 올라갔다. 반도체 사업이 향후 불황 국면에 들어서면 삼성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