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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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자동차가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미국에서 운행 도중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기 때문이다.

안전성과 책임 소재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기술 개발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게 됐다. 일각에선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자율주행차 교차로서 보행자 숨지게 해

20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교차로에서 보행자를 치었다. 이 사고로 보행자 엘레인 허츠버그(49)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보행자의 경우 서쪽 횡단보도 바깥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현장은 여러 개의 차선이 있는 복잡한 교차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자율주행차가 횡단보도 바깥쪽으로 건너는 보행자와 도로를 안전 구역으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버 대변인은 “피해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면서 “경찰에 전폭적인 협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와 함께 애리조나주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와 피츠버그에서 진행해온 자율주행차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놨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인력을 급파해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 안전 문제로 기술 개발 전환점 맞나

이번 사고는 자율주행차 운행과 관련 보행자가 사망한 첫 번째 사례다. 그만큼 안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6년엔 미국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모델S 운전자가 자율주행 도중 대형 트럭과 충돌해 사망했었다.

주요 완성차 업체의 연구개발(R&D)도 중대한 고비를 맞을 수 있다.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심각한 타격을 받아 대중화가 상당 기간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안전 규제나 관련 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계가 사람을 쳤다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아직 자율주행차는 수천 가지 조건에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는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20~30년 가까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관련 법률과 시스템이 정립되길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보다 인구밀도가 높고 도로 교통 여건이 나쁜 국내에선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자율주행차 개발자는 “국내 시험운행 도중 검은색 옷을 입은 보행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제한된 공간에서 기술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 때문에 신기술 개발과 발전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사고가 규제로 이어지면 안된다”면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시험 공간과 지원에 더 힘써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율주행차 전문가인 로비 다이아몬드는 “자율주행차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 방법”이라며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