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소비자 업무를 처리할 때 요구하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 항목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시행 시기는 이르면 올해 말께다.
금융상품 가입때 요구하는 고객 '동의' 확 줄어든다
금융위는 19일 발표한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종합방안’에서 개인정보 활용 동의 절차를 내실화하고 개인의 선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많은 항목이 장황하게 나열돼 형식적이던 정보 제공 동의서를 소비자가 알기 쉽게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한진 금융위 신용정보팀장은 “소비자가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동의해야 하는 30개 이상의 정보 제공 항목을 꼼꼼히 읽으려면 10분 넘게 걸린다”며 “대다수 소비자가 항목을 꼼꼼히 읽지 않고 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보 제공 동의서는 요약정보만 제공하는 등 대폭 단순화된다. 소비자가 요구할 때만 상세정보를 제공한다. 금융위는 정보 제공 동의 항목이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방법은 집합투자증권(펀드)을 모집할 때 투자설명서를 간이투자설명서로 대체하는 식으로 이미 쓰이고 있다. 이 팀장은 “동의서가 개편되면 금융회사는 무슨 정보를 어디다 쓰는지 소비자가 알기 쉽게 요약해야 한다”며 “금융보안원 등 제3의 기관에서 동의서별로 정보의 민감도, 사생활 침해 위험, 소비자 혜택 등의 평가 등급을 제공해 소비자가 제공하는 정보의 중요도를 알기 쉽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로파일링 대응권’을 도입해 금융소비자의 주권 보호 방안도 마련한다. 프로파일링 대응권은 자신의 신용등급이나 보험료가 책정된 정보 분석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다. 여기에 ‘개인신용정보 이동권’을 도입해 소비자 본인이 자신의 정보를 다른 사업자에게 제공하거나 본인에게 제공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개인이 거래 기관에 본인의 사회보험료, 통신료 납부 실적을 개인신용정보(CB)사에 제공하도록 요구하면 개인은 자동으로 본인의 신용평가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식이다.

금융위는 사전동의제를 완화해 사후거부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후거부제는 개인정보를 먼저 제공하고, 개인이 나중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사후거부제는 금융지주그룹 내에서 영업 목적으로 공유할 때, 거래 중이던 상품과 동종·유사상품을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할 때, 사전동의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사물인터넷(IoT) 분야 등에 시범 도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충분한지 토론이 먼저 이뤄져야 해 도입 여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