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직원이 직장 어린이집 ‘이마트 키즈 스쿨’에 아이를 맡기고 있다. 신세계 제공
이마트 직원이 직장 어린이집 ‘이마트 키즈 스쿨’에 아이를 맡기고 있다. 신세계 제공
신세계그룹은 올해 1월부터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 주 35시간 근무를 도입했다.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35시간 근무는 유럽 및 해외 선진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근무 형태다.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오전 9시에 업무를 시작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주 35시간 근무는 임직원들이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시행됐다. 선진 근로문화를 구현하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근로시간이 줄었지만 기존 임금은 그대로 유지한다.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임금 인상 역시 그대로 이뤄진다.

근로시간이 선진국 수준으로 단축됐지만 업무 생산성은 오히려 향상되고 있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근로시간만 줄고 업무 생산성 및 집중도, 업무의 질 등이 기존 수준에 머무른다면 기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성공적인 주 35시간 근무제 정착은 어렵게 된다.

신세계그룹은 정시퇴근을 위한 PC 셧다운제, 집중 근무시간 운영, 불필요한 하위 업무 없애기, 회의·업무보고 간소화 등을 통해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야근 문화가 사라져 이마트는 본사 야근율이 32%에서 0.3%로 감소했고, 팀별 회의실 이용 횟수도 평균 주 3회에서 1.5회로 낮아졌다. 또 회의실 이용시간은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다. 반대로 사내 피트니스 이용자 수는 하루 140~150명에서 200명 이상으로 늘었다.

‘9 TO 5’가 적용되면서 업무시간 풍경과 퇴근 이후 삶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 전에는 출근해 커피를 마시거나 기사 검색을 하는 등 여유를 부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9시 출근과 함께 바로 업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집중근무 시간도 도입했다. 오전 10~11시30분, 오후 2~4시에는 흡연실과 휴게실이 폐쇄되고 회의도 금지된다.

점심시간 풍경도 달라졌다. 오전 11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1시간 동안 점심식사 시간이 적용되기 때문에 밖에서 식사하기보다 주로 직원식당을 이용하는 임직원이 많아졌다. 식사 후엔 바로 오후 업무에 들어간다. PC가 꺼지는 오후 5시 이전에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근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삶은 훨씬 빡빡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5시 퇴근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도 확보돼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다. 이마트 경영관리팀의 윤모 과장은 “사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쌍둥이 아이들과 함께 퇴근해 저녁을 먹을 수 있어 삶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 소싱전략운영팀의 홍모 과장도 “육아 휴직 중인 아내 혼자서 5개월 된 딸을 돌보고 있는데 퇴근시간이 빨라져 저녁 6시부터는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됐다”며 “아내가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을 더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