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표 대결서 완패…최대주주 국민연금 '중립'도 영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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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복인 사장의 연임 안건 등을 결정하는 KT&G 주총에서 연임을 반대했던 2대 주주 IBK기업은행이 표 대결에서 완패했다.

16일 대전 KT&G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기업은행(지분율 6.93%)은 백 사장과 김흥렬 수석 부사장의 연임 안건뿐만 아니라 이사회 구성을 8명에서 10명으로 확대하는 안건 표 대결에서도 패했다.

기업은행은 이사회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은행이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제안한 사외이사 증원 안건은 별도 표결 없이 대리인 위임장만으로 부결되기도 했다.

사외이사 선임 투표에서 기업은행이 추천한 인사 2명도 선임되지 못했다.

기업은행이 KT&G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네 차례에 걸쳐 표 대결을 벌였지만 모두 패한 셈이다.

주총에 기업은행 대리인으로 참석한 서치길 IBK 전략기획부장은 "현재 KT&G 해외투자사업·분식회계와 관련해 금감원의 정밀감독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백 사장이 검찰에 고발된 상태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주요 주주인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해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총이 끝난 후 기업은행은 "(백 사장 연임 반대는)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를 계기로 KT&G가 주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며 "2대 주주로 KT&G의 글로벌 성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이 완패를 한 것은 53.18%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 지분 상당수가 백 사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 초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백 사장의 연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사정을 세부적으로 알지 못해 의사 결정을 할 때 ISS 보고서에 많이 의존한다.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백 사장 연임에 찬성한 배경에는 KT&G의 높은 배당성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백 사장 취임 당시 KT&G의 배당금은 주당 3천400원이었지만 매년 상승해 올해는 4천원으로 늘었다.

백 사장 연임을 위한 표결에는 의결권 있는 1억2천626만5천127주 가운데 73.9%인 9천328만7천928주가 참여했는데 7천114만2천223주가 찬성했다.

56.34%의 지지율이 나왔다.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려면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이 비율이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하는 데 이를 가볍게 뛰어넘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백 사장의 연임 반대 가능성이 예상됐던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주총 전날인 15일전격적으로 중립을 결정한 점도 백 사장 연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백 사장 선임과 관련해 제기되는 분식회계 등 의혹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등을 우려해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의결권 지침에 따른 객관적 사실로서 확정되지 않은 점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중립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중립 의결권행사는 다른 주주의 찬성, 반대투표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투표방식으로 사실상 기권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SS의 연임 찬성 권유, KT&G의 실적, 국민연금의 중립 발표 등이 과반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주총이 열린 이날 KT&G 70만8천669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 주식수를 1천319만1천374주로 늘렸다.

국민연금 보유 지분율은 9.09%에서 9.61%로 높아졌다.

KT&G 주가는 이날 오후 1시 현재 전날보다 2.53% 오른 10만1천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