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이 뜬다
-자동차 아닌 이용 요금 맞춰 차 바꾸는 세상


자동차를 개인 명의로 한 대 구매해서 오랜 시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일까? 아니면 일정 비용 내고 정해진 기간에 마음대로 타다가 다른 차로 바꿔 타는 게 나을까? 사람마다 분명 선택이 다르겠지만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젊은 층일수록 후자를 선호하는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엄밀하게 보면 일정 기간 동안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제품을 빌려 타는 개념이다. 그래서 개인 맞춤형 임대는 흔히 '리스(lease)'로 부르고, 정비부터 모든 서비스가 통합된 차를 빌려 타는 것은 '렌탈(Rental)'로 구분한다. 세밀한 차이점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동차 임대 사업자로부터 돈 내고 빌려 이용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이빔]자동차, 이용료 내고 맘대로 바꾼다면

여기서 둘의 공통점은 빌려 탈 때 특정 차종을 정하면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유는 이용료의 초점을 자동차에 맞췄기 때문이다. 쉽게 보면 제네시스가 아반떼보다 비싸니 둘을 이용할 때 요금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당연히 차 가격이 달라 이용료도 제네시스가 비싸다.

하지만 초점을 자동차가 아닌 이용요금에 맞추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일정한 요금으로 경차부터 럭셔리 세단까지 일정 기간만큼 이용할 수 있다면 소비자로선 마음대로 차를 바꿀 수 있게 된다. 물론 차 값이 다른 만큼 이용 기간 차등은 있겠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중대형 럭셔리 세단 3개월, 미니밴 2개월, 중형 SUV 3개월, 소형 SUV 2개월, 경차 2개월 등의 기간을 정한 뒤 연간 이용 금액을 매월 나눠 내는 식이다. 프리미엄 제품의 이용 기간을 길게 설정하면 당연히 요금도 올라가되 경차 또는 소형 SUV의 이용 기간을 폭넓게 잡으면 그만큼 이용 요금이 낮아지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이용하는 제품과 기간의 병산 렌탈인 셈이다.

실제 미국에선 최근 이용료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 서브 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가 뜨고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회사가 연간 이용 금액을 내면 여러 차종을 일정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각 사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양해서 포르쉐는 '패스포트(Passport)', 캐딜락은 '북 바이 캐딜락(Book by Caddilac)', 볼보는 '케어 바이 볼보(Care by Volvo)' 등으로 부른다.

이외에 자동차회사가 아닌 렌탈 및 딜러, 스타트업 등이 참여하며 젊은 소비층의 관심을 얻고 있다.

[하이빔]자동차, 이용료 내고 맘대로 바꾼다면

물론 서비스 범위는 조금씩 다르다. 포르쉐는 요금에 따라 이용 가능한 차종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마음대로 바꾸게 한 반면 볼보는 차종을 정해 놓고 소비자가 마음대로 기간을 정하도록 했다. 물론 이용 기간은 사용자가 곧 소유자 개념이어서 가까운 사람이 필요하면 빌려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키를 건네줄 필요도 없이 앱을 통해 이용자를 지정하면 된다. 덕분에 지난해 볼보 S60 판매가 전년 대비 5,000대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나타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자동차회사가 이런 서브 스크립션 적극 서비스에 나서는 이유는 체험과 구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어떤 물건이든 소비자가 사용을 먼저 경험하게 되면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자동차회사가 시승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도 체험이 곧 구매로 연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체험마케팅의 창시자로 알려진 번트 H. 슈미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저서 <체험마케팅>을 통해 "상품의 우수성을 강조하기보다 직접 체험하게 만들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로열티가 높아진다"며 "기술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단순히 기업 광고 및 홍보보다 오감, 감성, 관계적 체험 등이 중요한 구매 요소로 떠오른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받아들인 다양한 기업이 체험을 통한 성공 사례를 만들면서 체험 마케팅은 이제 하나의 물줄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결국 이용 요금에 따라 사용자가 이용 수단을 스스로 선택토록 하는 자동차회사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도 결국은 체험 마케팅을 통한 구매 연결이 목적인 셈이다.

한국에서도 일부 자동차회사가 최근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볼보는 미국 내 성공을 발판 삼아 국내에도 비슷한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설 태세다. 볼보차 관계자는 "케어 바이 볼보(Care by Volvo)는 리스 이용자가 해야 할 자동차 관리를 회사가 대신해주고,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차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동일한 가격이 적용되는 게 장점"이라고 소개한다. 실제 유로존 국가에선 이미 표준 요금이 적용돼 가격 불만은 거의 없다. 결국 리스도 기업 중심이 아닌 소비자 편의가 보장되는 시대로 넘어가는 셈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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