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상부중원왕
사진=시상부중원왕
'차(茶)' 하면 금새 떠오르는 나라가 중국이죠.

남녀노소 거의 모든 중국인에게 차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입니다. 중국인들은 하루 평균 1~2잔부터 중장년 층의 경우 4~5잔까지 마실 정도로 차를 좋아합니다. 차 역사가 5000년이나 되는 데다 차 재배농가가 8000만개에 달하는 등 전통적인 차 '애호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차에 대한 자부심도 큽니다.

이런 중국인들이 최근 커피향에 흠뻑 빠졌습니다. 사실 중국에서 커피는 19세기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윈난성에 처음 들어왔지만 지난 한 세기 동안에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99년 스타벅스, 2007년 코스타(COSTA) 커피 등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들 베이징, 상하이에 자리 잡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외국계 직장인들이 많이 근무하는 오피스 상권과 시내 번화가에 들어서면서 점차 중국인들 삶 속에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밀려드는 서구문물로 확산된 '카페 문화'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해외와 교류가 잦아지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도시 직장인들이 유행처럼 커피를 찾기 시작했죠. 이들에게 커피숍은 서구 영화에서 연인들의 낭만적인 약속 장소이자, 친구와의 대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습니다. '문화 공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커피숍에 매료된 셈이죠.

중국 사회가 커피와 카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각종 커피숍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기존 스타벅스와 코스타 커피, 대만계 상도커피 등이 장악하고 있던 커피 시장에 중국 토종 브랜드 'SANA ZOAN', 한국계 'MAAN COFFEE' 등 각종 브랜드들이 생겼습니다.

경쟁 상대가 늘어나자 커피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스타벅스는 최근 중국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지 대표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제휴를 통해 고객층을 끌어모으고, 전통 명절 음식 '월병'과 '쫑즈' 등을 스타벅스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말에는 중국 상하이에 세계 최대 규모(약 2787㎡)의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을 내고, AR(증강현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리페이를 열어 스타벅스 로고를 스캔한 뒤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면 선물 또는 쿠폰이 지급되는 이벤트 입니다.

이 같은 노력에 중국에서 스타벅스와 커피 시장은 크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왕징잉 중국 스타벅스 CEO(최고경영자)는 "5년 전 중국에 700개에 불과했던 매장이 현재 4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며 "15시간에 매장 한 곳이 신규 오픈할 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500개의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중국 커피 문화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스타벅스는 현지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 점유율 5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도커피, 디오커피, 양안커피 등도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추세에 중국 커피숍은 2007년 1만5898개에서 2016년말 8만5000개로 435% 크게 증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앞으로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평균 커피 소비량은 4잔에 불과한 반면, 유럽과 한국은 각각 325잔, 400잔씩 소비한다고 합니다.

중국의 소비량은 미미하지만 커피 소비 증가율이 매년 15% 가까이 늘어나고 있어 전 세계의 2%를 훌쩍 웃돈다고 합니다. 14억 이상의 중국 인구가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하면 5000년 역사의 '차'가 설 자리는 남아있게 될까요?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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