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공룡’으로 불리는 거대 선사들의 컨테이너선 시장 독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시장이 갈수록 중견·중소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로 바뀌면서 한진해운 파산 이후 경쟁력을 잃은 한국 해운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해운 공룡' 컨선시장 80% 독식하는데…
14일 글로벌 해운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상위 7개 선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2년 53.0%에서 올해(2월 기준) 77.8%로 상승했다. 2015년 54.8%, 2016년 59.5%로 완만하게 증가하던 수치가 급격히 치솟았다. 항로별로 살펴보면 상위 업체들의 독식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상위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93.3%에 달한다. 아시아~북미 노선도 82.7%를 점유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진행된 업체 간 합종연횡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프랑스 업체인 CMA-CGM은 싱가포르 APL을 인수하면서 북미항로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독일 하파그로이드도 2016년 범(汎)아랍 선사 UASC를 인수해 선복량을 98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152만TEU로 확대했다. 세계 1위 업체인 덴마크 머스크는 올 들어 독일 함부르크수드 인수를 마무리 지으며 몸집을 더 키웠다. 중국 COSCO는 홍콩 OOCL을 흡수합병했고, 일본도 컨테이너 3사를 통합해 약 150만TEU의 거대 선사 ONE을 다음달 출범시킨다.

짝짓기를 마무리한 업체들은 초대형 선박 발주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 확대할 전망이다. 1만4000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47척 확보하고 있는 머스크는 10척을 추가로 발주했다. 스위스 선사 MSC도 현재 52척에서 63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COSCO와 ONE도 각각 17척, 11척을 발주했다. 두 업체가 보유한 초대형 선박은 80척으로 늘어난다.

현대상선의 선대 규모는 42만TEU로 상위 업체(약 130만~300만TEU)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초대형 선박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정부 지원도 늦어지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20척(약 35만TEU)의 선박을 현대상선 몫으로 발주하겠다던 정부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며 “선박 발주가 하반기로 미뤄지면 골든타임을 놓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