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겨냥 제품 발달한 일본 직구 시장 배송건수↑
피규어부터 비빔소스까지…공기청정기, 안마의자도
女에 쏠려 있던 직구소비, 30~40대 남성 소비자로 확산
지난해 12월 미국 블랙프라이데와 중국의 광군절 등 세일 기간 해외직구한 대형TV와 가전제품이 인천공항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통관되고 있는 모습. /영종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해 12월 미국 블랙프라이데와 중국의 광군절 등 세일 기간 해외직구한 대형TV와 가전제품이 인천공항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통관되고 있는 모습. /영종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대부분의 끼니를 밖에서 해결했던 직장인 김현호 씨(36·서초구)는 지난달 지인으로부터 '마법의 소스'를 소개 받은 뒤 집에서 식사를 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이른바 '계란간장'이라고 알려진 이 일본 제품은 밥에 넣어 간단히 비비기만 하면 한끼를 해결할 수 있어 20~30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했다. 김씨는 "해외직구를 통하면 20%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정기적으로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직구(해외직접구매의 줄임말)시장이 뜨고 있다. 국내 1~2인 가구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한국보다 10여년 앞서 '솔로 이코노미(1인가구를 겨냥한 제품)'를 경험한 일본의 간편 제품들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피규어부터 밥에 비벼 먹는 소스까지 제품도 다양하다.

14일 해외배송대행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직구시장에서 일본으로부터의 배송건수 점유율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6.4%에 불과했던 일본직구 점유율은 지난해 10.9%까지 늘어났다. 지난달에도 일본직구 점유율은 11.6%를 기록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직구시장 점유율은 2014년 처음으로 90% 아래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80%까지 내려왔다. 국내 소비자층의 소비패턴이 세분화되면서 초기 전자제품에 한정됐던 직구품목이 다양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몰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직구시장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품목은 ▲피규어 ▲테라오카 계란간장 ▲이소마루 성게간장 ▲모모야 라유(일본 고추기름) 110g ▲닛신 컵라면 시리즈 ▲노도누루 가습마스크 ▲메구리즘 유아용 마스크 ▲샤프 공기청정기 KC F50 ▲카도 공기청정기 AP-200 ▲파나소닉 안마의자 EP MA-98M 순이다.

몰테일 관계자는 "계란간장, 컵라면 등 국내 1인가구 증가에 따라 간편함을 추구하거나 자신을 위한 구매를 즐기는 소비패턴이 인기 품목에 반영되고 있다"며 "향후 이러한 소비추세가 확대되면서 일본 직구시장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성 소비자층에 쏠려 있던 직구시장에서 남성 직구족들의 구매빈도가 늘어나는 것도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30~40대의 경제력이 있는 1인 가구가 주로 해외직구시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일본산 전자제품 등은 아무리 고가라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하면 남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구매 열풍이 분다"며 "특히 피규어 제품은 고가라고 하더라도 시즌 한정판이 나오면 구매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해외직구에 나서는 소비자는 급증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3년 10억4000만달러(1조1300억원)로 처음 10억달러를 돌파했던 한국인의 해외 직구액은 2016년 16억3400만달러로 3년 만에 57% 늘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 20억달러(2조1730억원)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상국도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점유율이 여전히 높지만 비중이 줄어들면서 기존의 수요가 독일·중국·일본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점유율이 80%까지 떨어진 반면 독일은 2014년 3.2%에서 지난해 5.4%까지 치고 올라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