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커티스 前골드만 임원·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세계경제硏 강연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 관세 폭탄을 빗겨가려면 백악관 참모는 물론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료, 기업 등 다방면으로 접촉해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미국 보호무역 정책과 중국의 정치체제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커티스 전 부회장은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의 일환이었고 호주는 철강산업이 크지 않은 데다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면제 대상국에 포함됐다"며 "한국의 경우 쉬운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참모진과도 면밀한 대화가 필요하겠지만, 연방정부 관료, 주지사, 기업, 외교 압력단체 등에게도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트럼프는 정치인이라서 모든 집단에서 압력을 받으면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새로운 무역협정이든 기존 협정이든 미국이 참여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티스 전 부회장은 "트럼프는 자유무역주의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그 지지층은 누가 뭐라 해도 탄탄하고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동 강연자로 나선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의 노동개혁과 한일 협력의 미래'라는 주제로 일본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면서 겪은 난제에 관해 설명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아베노믹스로 일본 기업의 매출은 2배 가까이 증가하고 금융자산도 크게 증가했지만 명목 임금은 거의 정체 수준을 보였다"며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디플레이션 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근로시간이 길고 노동생산성이 낮은 데다가 순혈주의가 강해 외국인 고용도 잘 하지 않았다"며 "평생 고용을 전제로 한 '멤버십 제도'로 다양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동일한 노동을 할 때 동일 임금을 지급도록 했으며 근로시간을 주당 45시간 수준으로 묶고 전문직에는 유연한 근로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도 일본처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일본의 노동개혁을 통해 과감한 실험을 통해 어떻게 시장 개혁할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