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Scale-up) 대구·경북] "탄소산업 육성이 경북 발전 이끌어… 4차 산업혁명 시대 든든한 발판"
“10여 년 전 일본 도레이를 방문했을 때 깃털보다 가벼운 탄소섬유로 제조한 만년필을 선물받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일반 자동차 무게의 절반인 1850㎏의 자동차를 보고 놀랐죠. 이 두 가지가 경북의 탄소산업 생태계 구축과 경량소재산업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구미시장 12년, 경북지사 12년 등 국내 지방자치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6선 자치단체장인 김관용 경북지사(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탄소산업에 관심을 두고 준비하지 않았다면 경북의 미래는 암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애초 프랑스에 투자할 계획이던 도레이를 경북에 유치하기 위해 도레이그룹 미래전략기획회의에 참석해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다”며 “철(鐵)전(電)차(車) 위주의 경북 산업 구조를 미래 신산업으로 바꾸기 위한 투자 유치에 집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스케일업(Scale-up) 대구·경북] "탄소산업 육성이 경북 발전 이끌어… 4차 산업혁명 시대 든든한 발판"
그는 “해외 기업과 대학, 연구소를 찾아 공부하고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미국이 철강을 시작으로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무역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며 “철강, 자동차와 관련된 경북지역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경북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신산업 혁신을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은 싼 임금을 찾아 경북과 한국을 떠났는데 일본 도레이그룹은 1972년을 시작으로 네 차례에 걸쳐 3조4000억원의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유치 비결이 무엇인지요.

[스케일업(Scale-up) 대구·경북] "탄소산업 육성이 경북 발전 이끌어… 4차 산업혁명 시대 든든한 발판"
“20년 가까이 쌓아온 신뢰관계가 없었다면 도레이는 경북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본 기업은 신의를 지키는 기업입니다. 나중에 일본게이단렌 회장이 됐고 아베 신조 총리와도 가까운 사카키바라 당시 도레이 전무를 만나면서 탄소산업에 눈을 떴습니다. 도레이 탄소공장을 반드시 구미에 유치해 우리도 탄소산업을 해내리라 다짐했죠. 세계 최고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도레이가 투자한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2016년 10월 구미5산업단지에서 4300억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소재를 생산하는 제4공장(27만㎡) 기공식도 했습니다. 2차전지 분리막과 탄소섬유 분야 등 미래 신산업과 연관된 투자여서 의미가 큽니다. 울산 현대자동차에서 경주 영천 경산 구미로 이어지는 신소재산업벨트 등 4차 산업혁명의 든든한 발판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돼 영천에 보잉사의 MRO(정비)공장 유치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구미에 투자하는 도레이에 훈장을 수여하도록 하는 등 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데도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10여 년 전에 도레이를 만나 탄소산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탄소섬유와 복합재료는 자동차와 항공기 경량화 추세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우주항공산업의 핵심 소재가 됐습니다. 경북 중소기업들은 탄소섬유를 활용한 변신에 성과를 내고 있습니까.

“도레이가 기공식을 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0월 미래 탄소복합재산업 시대를 이끌 전국 최대 탄소복합재 민간조직인 ㈔탄소복합재기술연구조합이 출범했습니다. 경산의 아진산업과 티포엘 등 전국 135개 기업과 5개 연구개발(R&D) 기관이 참여하는 민간 최대 탄소복합재기술연구조합입니다. 여기에는 경북 기업뿐만 아니라 대구 25개, 경기 15개, 서울 9개, 부산 5개 기업 등 전국에서 골고루 참여했죠. 조합에 참여한 R&D 기관은 영천의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AMRC코리아, 대구의 다이텍연구원, 영남대(섬유공학과), 금오공대(신소재시스템공학과) 등입니다. 지난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종 인가를 받았습니다. 탄소섬유와 관련된 국내 2000여 개 기업이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지난 24년간 브레이크 없는 전차처럼 불철주야 경북 경제를 위해 뛰어왔습니다. 경북지사 12년간 산업단지 확대와 투자 유치 실적은 어떤지요.

“지난 12년간 경북 산업단지는 93개에서 156개로 63개 증가했습니다.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숲이 154㎢로 늘어났습니다. 국가산업단지 9개, 일반산업단지 78개와 경제자유구역이 들어섰습니다. 경북의 미래를 책임질 탄탄한 기반입니다. 투자는 52조원을 유치했습니다. 상호협약(MOU) 기준으로 해외에서 70건 6조979억원, 국내에서 731건에 38조7475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덕택에 지역총생산은 2006년 취임 당시 63조원에서 2016년 99조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경북지사를 3연임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던 정책이나 사업을 예로 들어주십시오.

“2016년 2월 이뤄진 경북도청의 안동예천지역 이전은 경북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습니다. 2006년 지사 첫 선거에 내건 공약으로 선거에 떨어질 각오로 임했습니다. 경북의 정체성 확립, 북부권 발전 등 필요성이 높았지만 첨예한 이해관계로 난관이 많았습니다. 700년 경상도의 역사적 전환점이자 대구포(대구, 구미, 포항)와 북부권의 사륜구동이 완성돼 북위 36도상의 한반도 허리경제권, 한반도 균형 발전의 새로운 성장축을 확립한 것입니다. 경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큰 그림이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올 들어 환동해 지역본부를 포항에 개청했습니다. 환동해본부가 경북 발전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요.

“환동해본부는 경북의 미래 발전과 북방 경제의 전초기지이자 또 하나의 경제 영토입니다. 해양자원을 활용해 신성장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동해안 발전의 전략거점이 될 것입니다. 포항~삼척 동해중부선과 인입철도 국제여객부두가 완공되면 유라시아 경제 물류의 핵심축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12년 도지사를 지낸 소회와 차기 경북지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지방자치단체장 24년은 경북도민이 만들어준 영광의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보다 도민의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서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지사 집무실은 늘 현장이어야 했습니다. 차기 지사는 신도청과 환동해본부, 사통팔달 교통망을 경북 새로운 100년의 발전 축으로 삼아 4차 산업혁명과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선도해주길 바랍니다. 문화와 경제를 접목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북의 정신적 문화적 자산을 활용한 먹거리를 계속 발굴해야 합니다. 경북의 가치를 바로 알고 국가도 운영할 수 있는 큰 그릇을 가진 인물을 기대합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