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의 3·3·3 법칙

“모든 이에게 자신의 돈을 세 부분으로 나누게 하라. 3분의 1은 토지에, 3분의 1은 사업에 투자하도록 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예비로 남겨두게 하라.”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젊은 층일수록 연금에 주식 채권 등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2017 한경 머니로드쇼’에서 투자 상담하는 모습. 한경DB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젊은 층일수록 연금에 주식 채권 등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2017 한경 머니로드쇼’에서 투자 상담하는 모습. 한경DB
직장인 김지민 씨(31)는 올해 회사의 퇴직연금제도가 확정기여(DC)형으로 전환되면서 연금상품 가입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회사가 약속된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확정급여(DB)형과 달리 DC형은 본인이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은퇴 후 노후자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김씨는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상품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지, 그래도 원금이 보장되는 자산으로 구성해야 하는지를 고심 중이다.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김씨의 경우 투자상품 비중을 높일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투자상품은 기대수익이 높은데 기간을 길게 설계하면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투자자도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을 지금이라도 낮추는 방식의 연금 리모델링에 나설 것을 권하고 있다.

◆IRP 수익률 고작 연 1.44%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은행에 쌓아두고 있는 퇴직연금(DB, DC, IRP)은 84조2901억원. 전년도(73조2613억원)보다 15%가량 늘었다.

하지만 수익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 3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DB형 연 1.55%, DC형 연 2.02%, 개인퇴직연금계좌(IRP)가 연 1.44% 수준이다. 이들 적립금의 90%가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저축성 예금금리(가중평균 금리)는 2015년 연 1.74%에 이어 2016년 연 1.48%, 작년 연 1.56% 등으로 지난 3년간 연 1%대에 머물렀다.
"연 수익률 2% 예금에 '몰빵'한 연금자산, 절반은 투자 상품 담아라"
지난해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돌파해 주식형상품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펼쳤음에도 퇴직연금 수익률은 여전히 2%에도 못 미쳤다. DC형의 경우 주식, 채권 등을 담는 투자상품(비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이 작년 6.87%를 나타냈지만 연 1.5% 수준인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전체 자산의 90%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퇴직연금, 연금저축, IRP 등의 적립액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노후를 위한 자금이다보니 원금 손실을 우려해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상품 비중 절반 채워야”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한 가지 자산에만 치우쳐 있거나 수년간 방치된 연금자산을 리모델링(재조정)부터 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20~30대 젊은 층은 앞으로 30~40년을 내다보고 연금자산을 불려야 하기 때문에 주식, 채권 등 투자상품 비중을 최대 70%까지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후 50대로 들어설 때 원리금보장상품의 비중을 늘려가면서 투자상품은 전체 자산의 40~50%에서 관리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천이다.

이영철 대신증권 연금사업센터장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연금시장에서는 국내외 자산을 적절히 배분해 생애주기에 따라 운용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나 시황에 따라 국가별 투자 비중을 조절해주는 글로벌자산배분형펀드로 굴린다”고 설명했다. 초장기 투자 기간을 감안해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으로 전환해 수익률을 지키는 목표전환형 펀드도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연금자산의 경우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기보다는 자산 배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형 연기금 운용 성과를 살펴보면 자산 배분이 성과에 기여하는 비중은 91.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요소의 수익률 기여 정도는 종목 선정이 4.6%, 투자 시기는 1.8%에 그쳤다.

김 소장은 “연금자산은 20~30년 투자 기간을 두기 때문에 한 국가 또는 하나의 자산에만 집중돼 있으면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해외 주식, 채권 등 글로벌 자산을 연금자산의 절반 이상엔 담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DB(확정급여형)

퇴직 후 받을 퇴직급여액이 미리 확정되는 방식. 사용자가 운용을 책임진다.

■ DC(확정기여형)

금융상품의 운용 수익에 따라 퇴직 후 퇴직급여액이 달라지는 방식. 근로자에게 운용 책임이 있다.

■ IRP(개인형)

근로자 본인 명의 계좌를 만들어 별도로 퇴직금을 적립해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