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미국 무기 수입 규모가 전년의 두 배가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2008~2017년) 미국 무기 수입 규모는 28조원으로 전체 무기 수입의 76%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철강 세탁기 태양광패널 등에서 한국 기업을 옥죄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 관세폭탄 맞는데… 미국 무기 수입은 두 배로 늘었다
12일 방위사업청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미국 무기 수입 규모는 1조3400억원으로 전년(6080억원)의 두 배가 넘었다. 작년 전체 무기 수입(1조8300억원)에서 미국 무기 비중은 74%에 달했으며 나머지는 영국(9%), 이스라엘(6%), 독일(4%) 등이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미국 무기 수입 규모는 총 28조1500억원으로 전체 무기 수입(36조7300억원)의 76%에 달했다. 군관계자는 “작년 북한의 도발위협이 고조되면서 긴급하게 도입한 미국 무기가 많았다”며 “한·미 연합훈련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미국산(産) 무기 수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0~2016년 미국의 주요 무기 수출국 가운데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작년 한국이 도입한 미국 무기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선제 타격이 가능한 ‘킬체인’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 세계 1위 방산업체 미국 록히드마틴의 지대공 유도미사일인 ‘페트리엇(PAC3)’, 노스롭그루만의 고고도정찰무인기 ‘글로벌호크’ 등이 그것이다.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된 록히드마틴의 F-35A도 작년 계약이 이뤄졌으며 세계 최대 항공우주기업인 미국 보잉의 아파치헬기도 작년에 추가 도입됐다.

이 밖에 우리 군은 기존에 도입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전투기 엔진, 레이시온의 함대공미사일(SM-2) 등에 대해 매년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미국 무기수입이 급증한 반면 미국으로의 무기 수출은 급감했다. 방사청에 따르면 작년 북미지역 무기 수출은 3억4000만달러 규모로 전년(11억340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무기 분야에서 이 같은 무역역조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방위비 분담 협상 등과 함께 미국산 무기 구매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