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상임부회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후보자를 추천하는 전형위원회가 꾸려진 이후 세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매번 결정이 보류됐다. 상임부회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노사 현안에 경제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경총은 이날 손경식 회장 주재로 전형위를 열었지만 차기 상임부회장을 정하지 못했다. 일부 참석자가 “손 회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좀 더 시간을 갖고 결정하자”고 제안하자 손 회장이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박복규 감사(전형위원장)와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조용이 경기경총 회장 등이 참석했다.

경총이 상임부회장 선출을 보류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경총은 전형위가 발족한 지난달 22일 첫 회의를 열었지만 회장과 부회장 후보자를 선출하는 데 실패했다. 같은달 27일 다시 회의를 열어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차기 경총 회장으로 추대하면서도 상임부회장 인선은 “신임 회장이 정하는 게 맞다”며 결정을 미뤘다.

경총은 지금까지 회장과 부회장 후보자를 동시에 선출해왔다. 부회장 선출권을 넘겨받은 손 회장은 “전형위원들과 상의하겠다”며 다시 공을 넘겼다. 이날도 회장과 전형위원이 머리를 맞댔지만 상임부회장을 낙점하지 못했다. 경총은 당분간 이동응 전무가 상임부회장 권한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경총이 여론을 의식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이 친노동 성향의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앉히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설이 제기된 상태여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치권 개입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누가 차기 부회장을 맡아도 논란이 재개될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 부회장 선출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최 전 원장과 이 전무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제3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