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게임사, 잇따라 사령탑 재정비… 경영 '새판짜기' 나섰다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네이버, 카카오, 넷마블 등 인터넷·게임회사들이 잇달아 경영진 교체에 나선다. 기존 사업을 재정비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취지에서다.

카카오는 오는 16일 제주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조수용 여민수 공동대표 선임안을 의결한다. 두 사람 모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NHN 시절 한솥밥을 먹던 ‘최측근’으로 2016년 김 의장이 직접 카카오로 영입했다.

여 대표는 2000년부터 10년간 NHN에서 일하며 검색광고사업을 주로 맡았다. 카카오에서도 광고사업부문을 총괄하며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새로운 광고 플랫폼 구축 작업을 주도했다. 조 대표는 네이버 포털의 초록색 검색창과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 건축을 총괄한 디자인 전문가다. 지난해 9월부터 본사와 자회사 브랜드를 통합 관리하는 공동체브랜드센터를 맡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T, 카카오미니 등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었다.

전임자인 임지훈 대표가 다음과의 합병 이후 조직 정비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수익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의 지난해 매출은 1조972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8.4%로 네이버(25.2%)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이 절실한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카카오 내 다양한 서비스 간 시너지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게임즈도 30일 주주총회를 열어 박성훈 대표를 신규 선임한다. 박 대표는 이달 초까지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았다. 이번 인사로 넷마블은 기존 권영식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된다. 권 대표는 기존 게임사업을, 박 대표는 전략 및 투자를 전담할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2조4274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세가 커진 만큼 해외 시장 공략과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의 사업 목적에 블록체인과 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업을 추가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넷마블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블록체인을 활용한 게임 아이템 거래 시스템 도입 등을 전망하고 있다. 넷마블은 상반기에 한류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로운 장르의 게임 BTS월드를 내놓는 등 장르 다변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네이버는 23일 주주총회를 열어 신규 사내외이사를 선임한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창업 이후 19년 만에 이사회에서 빠지고 최인혁 비즈니스위원회 리더가 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최근 개인 보유 지분을 일부 매각하기도 한 이 GIO는 해외 투자처 발굴에 전념하고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은 한성숙 대표가 주도하도록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오는 5월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재지정을 피하기 위해 이 GIO가 이사회에서 빠지는 것이란 해석도 있지만, 네이버는 이 GIO가 해외 투자 업무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15차례 이사회가 열렸는데 이 GIO가 한두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참석했다”며 “대부분 시간을 유럽과 일본에서 보내는 만큼 이사회 참석으로 빼앗기는 시간을 줄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