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듈형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
삼성전자 모듈형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
미세먼지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성장세만큼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12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 주말 서울 일부 지역 미세먼지 수치가 122㎍/㎥를 기록하는 등 전국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봄이 시작되면서 황사까지 겹칠 경우 미세먼지 피해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미세먼지로 대기 질이 악화되며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2013년 37만대 규모였던 국내 시장이 2017년 170만대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 성격도 과거 렌탈 방식이 대세였다면 현재는 아예 제품을 사는 일시불 시장으로 바뀌는 추세를 보인다. 업계는 지난해 100만대 규모였던 일시불 공기청정기 시장이 전년 대비 2~3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시불 공기청정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약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올해 2개의 제품을 분리 결합 가능한 모듈형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를 선보였다. 낮에는 2대를 결합해 거실에서 가족이 함께 사용하고 밤에는 분리해 각 방에서 쓰는 식이다. 2대를 결합할 경우 최대 청정 면적은 94㎡ 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그간 에어컨에 적용됐던 무풍 기능을 삼성 큐브에 도입했다. 0.15m/s 이하 속도로 바람을 내보내 찬 바람이 닿거나 소음이 나지 않도록 했다. 레이저 광원으로 지름 0.3㎛(마이크로미터)크기의 미세한 입자까지 실시간으로 측정해 청정 기능을 조절하며,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적용돼 외출 중에도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공간에 맞춰 활용 가능한 이 제품을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50~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LG전자도 LG 퓨리케어 360° 공기청정기 판매를 늘리고 있다. 특히 키즈카페, 요양원, 학원, 어린이집 등 B2B 시장에 보다 집중하는 모양새다. 360° 전 방향에서 미세먼지를 빨아들이고 클린부스터 기능을 통해 더욱 빠르게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일반 가정보다 공동 공간에 더 효과적이란 이유에서다.

정부와 지자체가 교육시설에 공기청정기 지원 사업을 펼치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시는 어린이집 당 최대 3대까지, 보육시설에 1대씩 공기청정기 비용을 지원한다. LG 퓨리케어 360° 공기청정기는 LG전자 공기청정기 라인업 중 가장 비싸다.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구매하기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보조금을 받는 시설은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이슨이 최근 공개한 공기청정기 '다이슨 퓨어 쿨'을 시연하고 있다.
다이슨이 최근 공개한 공기청정기 '다이슨 퓨어 쿨'을 시연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다이슨은 최근 신형 공기청정기 ‘다이슨 퓨어 쿨’을 선보였다. 레이저 센서와 이산화질소 센서, 습도 온도 센서를 통해 실내 미세먼지와 유해가스 정도를 감지하고 LCD 창을 통해 알려준다. 또 정화된 공기를 초당 최대 290리터 분사해 실내 공기질을 빠르게 개선해준다. 공기청정기에서 나오는 바람을 직접 쐬고 싶지 않은 소비자를 위해 바람이 제품 후면으로 분사되는 ‘후면 분사 모드’도 지원한다.

중국 샤오미의 공기청정기 미에어는 직구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특히 미에어2는 10만원도 되지 않는 착한 가격을 무기로 주머니가 가벼운 자취생 등에게 인기를 얻었다. 디자인이 단순한 덕에 잔고장이 없고 필터 교체가 편리한 점도 장점이다.

일본 발뮤다는 홈쇼핑 채널을 통해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발뮤다 에어엔진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외에도 꽃가루, 실내 먼지 등 보다 입자가 큰 물질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분당 1만 리터의 정화된 공기를 내뿜는 제트클린 모드도 제공된다. 지난해 홈쇼핑 방송에서 2000개 이상 판매돼 올해 재판매가 이뤄질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주도권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이 쥐고 있다"면서도 "프리미엄 전략과 가성비를 앞세운 해외 제조사들의 공세도 거세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