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LG화학이 올해 시설과 연구개발(R&D)에 4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1947년 창사 이후 최대일 뿐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업체 가운데서도 가장 많다. LG화학은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2020년까지 매년 매출을 15% 이상 끌어올리는 고도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창립 당시 3억원에 불과했던 LG화학 매출은 지난해 25조6980억원으로 70년 만에 8만5660배 성장했다.

◆신규 매출 어디서 올리나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9일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부터 연평균 15% 이상 성장을 통해 2020년에는 매출 36조4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등 전지부문과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분야 성장을 통해 내년 매출 30조원대에 진입하고, 2020년에는 35조원대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2010년대 들어 글로벌 화학기업 매출 증가율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점에 비춰볼 때 LG화학의 이번 목표는 상당히 도전적이다. 2016년 독일 바스프의 매출은 2010년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고 미국 다우케미칼(-1.8%)과 일본 미쓰비시화학(-1.8%)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LG화학도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이 0.9%에 그쳤다.

박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올해(26조9000억원 전망)부터 2020년까지 증가하는 매출 10조원 가운데 50%가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전지사업”이라며 “30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42조원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주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B3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016년 25GWh에서 2020년 110GWh로 네 배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어디에 투자하나

고도성장을 선언한 LG화학은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과감한 투자에 나선다. 신·증설 등 시설투자에 작년(2조5000억원)보다 52% 증가한 3조8000억원을, R&D에는 전년(9000억원)과 비교해 22.2% 늘어난 1조1000억원을 집행한다. 작년 LG화학이 벌어들인 영업이익(2조9285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많다.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작년(1000명)보다 50% 증가한 15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들이 찾은 LG화학 대산공장에선 4000억원을 투자하는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증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고무의 탄성과 플라스틱의 가공성을 갖춘 엘라스토머는 자동차용 범퍼 소재와 기능성 필름 등에 쓰인다. 다우케미칼과 엑슨모빌, 미쓰비시, LG화학 등 세계적으로 4개 회사만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하반기 증설이 완료되면 대산공장의 엘라스토머 생산량은 9만t에서 29만t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나 글로벌 ‘톱 3’에 오른다.

대산공장은 2870억원을 투자해 플라스틱과 비닐 등의 기초원료로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 증설 공사도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증설이 끝나면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은 23만t 증가한 127만t으로 단일 공장 중 세계 1위에 오른다. 박 부회장은 에틸렌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화석연료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산업은 생산설비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진다”며 “증설이 잇따른 북미 에탄분해설비(ECC)가 생산한 에틸렌이 한국 등 아시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부회장은 “세상에서 가장 큰 날개를 지닌 새인 앨버트로스는 사나운 폭풍이 몰아쳐도 3m 넘는 날개를 펼쳐 세상에서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높게 비상한다”며 “경영 환경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LG화학은 성장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