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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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하나금융그룹의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의 3연임을 확정하는 주주총회를 10여일 앞두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채용관여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흥식 금감원장이 하나금융그룹 사장 시절 지인의 아들을 하나은행 채용에 추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의 악연이 재현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셀프연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셀프연임 대상으로 거론된 곳 중 한 곳은 하나금융지주였다.

한달여 뒤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고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은 객관성·공정성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회추위에서 김정태 회장을 제외했지만 당국의 압박에 불만을 쏟아냈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이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지나치면 자칫 관치 금융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양측의 갈등은 올해도 이어졌다. 금감원이 검사진행을 이유로 하나금융 회추위에 2주간의 회장 선임 일정 연기를 요청했지만 회추위는 일정을 강행, 김정태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1호 기업 '아이카이스트'에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의혹과 채용비리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후 하나금융의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특혜 대출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채용비리 의혹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금감원은 2개월에 걸친 검사 끝에 하나은행에서 총 13건의 채용비리 의혹과 특별관리 지원자를 분류한 VIP 리스트 등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행장실과 인사부를 압수수색을 하고 서버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하나금융 사내·외이사 교체를 놓고 잡음이 흘러나왔다. 하나금융은 이달 초 사외이사 가운데 윤종남, 송기진, 김인배, 양원근 이사를 교체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개인 의사보다는 당국의 압력으로 사외이사 물갈이가 진행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김병호 부회장과 함영주 행장을 사내이사에서 제외하고 김정태 회장만 유일한 사내이사로 남기는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점도, 당국에는 언짢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최흥식 금감원장의 하나은행 채용 관여 의혹은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진흙탕 싸움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최흥식 원장의 채용 관여 의혹은 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인 2013년 대학 동기의 아들의 하나은행 채용 지원 사실을 알고 당시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그의 이름을 건넸다. 당시 지주 회장은 3연임을 앞둔 김정태 회장이었으며, 하나은행장은 김종준 행장이었다.

해당 지원자는 합격선에 못 미치는 평가 점수를 받았음에도 합격했으며, 현재 서울지역 모 영업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관련 증거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당국이 피감기관에 내부 자료를 공표해달라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최 원장이 채용관여에 무관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금감원과 대립하는 하나금융을 상대로 정면돌파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은 관련 의혹을 내부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