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더 똑똑해지는 '로보어드바이저' 활용법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김 대리는 지난달 받은 500만원의 성과급을 어떤 펀드에 투자해 불리면 좋을지 고민했다. 얼마전 회사의 여유자금 운용 제안을 위해 모 은행 전문가들이 방문해 투자전략을 브리핑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봤지만, 김 대리의 여유자금 수준으로 프라이빗뱅커(PB)에게 개별 상담을 받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까운 은행 창구에서라도 펀드 투자상담을 받아보려 했지만 대기 인원이 많아 두 번이나 그냥 돌아와야 했다. 여유자금은 이자율이 낮은 급여통장에 방치되고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면 김 대리와 같은 소액 투자자들도 시장상황에 맞게 분산투자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산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소수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만 제공할 수밖에 없던 금융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소액 투자자에게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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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도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의 도움을 받아 국내채권 8%, 해외채권 55%, 해외선진주식 37%의 비중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에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프로그램으로 투자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안받아 쉽게 투자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은행권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16년 말이며 지금은 국내 4대은행이 모두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했다. 은행별로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해 추천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서비스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기존 서비스는 투자성향 분석만으로 10여 개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를 추천했지만 최근 출시된 국민은행 서비스는 투자성향뿐만 아니라 투자지역, 투자규모, 거래현황까지 반영해 600여 개 모델포트폴리오 중 맞춤제안을 한다.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가 다수인 경우 일부만 사후관리되던 방식에서 전체 포트폴리오로 사후관리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영업점에서 상담받은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시간이 될 때 확인한 뒤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펀드 투자는 투자결정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도 중요한데, 로보어드바이저의 AI는 매일 학습하는 시장정보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진단하고, 3개월마다 정기 자산 재조정을 제안한다. 그리고 시장 급변동 정보도 실시간으로 전해줘 사후관리 고민을 덜 수 있다.

어제보다 오늘 더 똑똑해지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면 소액이라도 나에게 딱 맞는 펀드상품을 추천받고 사후관리 서비스도 받을 수 있어 체계적이고 꾸준한 자산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이용 시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AI를 활용한다고 해서 이세돌과 승부를 겨룬 ‘알파고’처럼 전문가보다 항상 높은 수익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이 훨씬 더 발전된 뒤라면 모르겠지만,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수익 상품을 찍어주는 족집게라기보다는 다양하고 복잡한 투자시장을 빠르고 간단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손실 확률을 줄이는 도구라고 여기고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다.

이호용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사·C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