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보호무역주의 그림자…글로벌 교역량 증가 효과 제약
북핵 리스크 완화로 원화 강세 흐름…수출 경쟁력 떨어뜨릴 수도

정책팀 = 지난해 물량 기준으로 본 순수출이 오히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깎아 먹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수출 전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경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수출 의존도가 커 수출 성적이 한해 성장 폭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출은 글로벌 교역량 증가 추세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중요한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북핵 리스크 완화에 따른 원화 강세와 금리 인상 압박 등도 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해 순수출 성장 기여도를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불안한 수출] 산적한 악재들… 트럼프發 관세폭탄·원화강세
◇ 보호무역주의 당장 영향 적지만 확전 가능성 주시해야

11일 정부 부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속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올해 우리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 시간)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은 당장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수입철강에 25% 관세를 매기면 한국의 부가가치가 앞으로 3년간 1조3천억 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전체 대미 수출은 9억 달러 줄고 취업자도 1만4천 명이나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자유 무역주의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다자 무역체제가 휘청대고 각국의 이익만을 앞세운 강대국 위주로 무역 질서가 재편되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조짐이 당장 올해 성장률을 깎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는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 등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세계 교역량이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위험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며 "이런 위험요인에도 세계 경제성장률이 긍정적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수출 수요는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관세 전쟁이 반도체·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까지 확대되면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 측의 입장이다.

제약, 지식재산권, 농업 등이 트럼프발 통상압박의 다음 표적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경제단체와 산업계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통해 한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안한 수출] 산적한 악재들… 트럼프發 관세폭탄·원화강세
◇ 북핵 리스크 완화는 원화 강세 요인…수출 경쟁력에는 '마이너스'

최근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면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혀온 북핵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북핵 리스크 완화는 한국의 신용을 높여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통상 측면에서는 원화 강세 흐름을 만들어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난 9일 원화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1.6원 낮게 거래되기 시작해 낙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있었던 지난 7일에는 개장과 동시에 거래일 종가보다 7.7원이나 급락했다.

환율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 지난해 -1.7%까지 악화한 순수출 성장 기여도 회복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핵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될 소지가 있고 이는 환율을 내려 수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올해 대미 무역도 많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전망도 수출 전선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이 이달 금리를 올리면 양국 정책금리가 10년여 만에 역전된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인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환율 상쇄 요인도 상당한 만큼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북미정상회담 성사 소식에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관세폭탄 영향 때문에 낙폭은 제한됐다.

지난해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출 물량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는 지난해 늘어난 반도체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생산·수출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도체 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물량을 늘려 수출액 증가세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대규모 반도체 장비 도입 등 영향으로 전년보다 14.1%나 증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반도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확대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물량이 늘어나면서 순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