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출 성장기여도 -1.7%p…26년만에 3년 연속 마이너스

정책팀 =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한국 경제 회복세를 이끌었던 수출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증가세는 16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달에는 설 연휴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전년대비 4% 늘어나는 데 그쳐 굉장히 저조했다.

반면에 수입은 15%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수출에서 수입분을 뺀 순수출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깎아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순수출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허울뿐인 韓수출?… 수입분 빼면 3년째 성장률 깎아 먹어
11일 한국은행과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원 계열 기준, 작년 동기대비)는 -1.7%포인트(p)다.

수출이 성장에 0.9%p 기여했지만, 수입이 2.6%p 깎아 먹으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이같이 악화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2.1%p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순수출이 3년 연속 성장률을 깎아내린 것도 1989∼1991년 이후 26년 만이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015년(-1.0%p), 2016년(-0.7%p)에 이어 3년째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26년전에는 1989년 -5.3%p, 1990년 -2.2%p, 1991년 -2.1%p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호조였지만,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였던 배경에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착시현상이 있다.

성장기여도를 따질 때 수출은 가격요인을 제거한 실질 기준 통계를 활용한다.

수출 물량만 고려한다는 뜻이다.
허울뿐인 韓수출?… 수입분 빼면 3년째 성장률 깎아 먹어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 수출 호조에는 주력 상품인 반도체나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이 올라간 게 주된 영향을 미쳤다"면서 "수출물량은 오히려 줄어든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원도 "지난해 수출이 크게 늘었던 것은 물량이 늘었다기보다는 반도체 가격 측면에서의 상승이 주로 이끌었다"면서 "물량이 둔화하니까 전체적으로 고용이나 생산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의 지난해 상품 수출액 증가율이 15.8%로 10대 수출대국 중 1위라며, 전 세계 수출대국 중 한국의 순위가 8위에서 6위로 뛰었다고 밝히는 등 수출의 밝은 면만 강조하고 있다.
허울뿐인 韓수출?… 수입분 빼면 3년째 성장률 깎아 먹어
수입분을 빼지 않고 내수 대비 수출의 성장기여도 자체로만 따져도 지난 3년간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내수를 크게 하회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3.1% 성장했는데, 이중 내수가 2.7%p 기여한 데 반해 수출은 0.4%p 기여하는 데 그쳤다.

이는 수입유발 효과를 차감해 계산해 앞선 수치와 차이가 있다.

2015년에는 2.8% 성장하는데 내수가 2.6%p, 수출이 0.2%p, 2016년에도 2.8%의 성장률 중 내수가 2.3%p, 수출이 0.5%p 각각 기여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 단가 상승에 따른 착시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 증가했지만, 수출 물량 기준으로는 2.4% 감소했다.

주원 실장은 "수출이 겉으로는 좋아 보여도 내실을 따져보면 안 좋은 상황일 수 있다"면서 "정부는 수출액이 늘어나는 것을 자랑할 게 아니라 수출 물량 확대 등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