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쇄신 나선 보험사… 50대로 CEO 세대교체
올 들어 신규 선임된 국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8명 중 7명이 5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새 보험사 CEO가 일제히 50대 중·후반의 인사로 채워진 건 매우 이례적이다. 금융권 중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보험업계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26명의 CEO 중 8명이 신규 선임됐고, 7명이 이사회에서 재선임됐다. 나머지 11명은 아직 임기가 안 돌아왔다.

이번에 신규 선임된 CEO 8명의 평균 나이는 만 57세(1961년생)다. 60세인 주재중 하나생명 사장 내정자(1958년생)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모두 50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의 다른 계열사처럼 60대 CEO가 물러나고 50대의 새 수장을 선임했다. 부사장에서 승진한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내정자와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내정자는 각각 1960년생과 1963년생이다. 당초 보수적인 성향의 보험업계에서 삼성 다른 계열사처럼 ‘60세 이상 CEO 퇴진’을 일괄 적용하는 건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계열사도 예외없이 그룹의 세대교체 원칙을 따라 변화를 줬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용길 전 사장이 지난해 말 생보협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지난 1월 취임한 허정수 KB생명 사장은 1960년생이다. 허 사장은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지난달 22일엔 정재욱 세종대 교수(1961년생)가 KDB생명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모회사인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젊은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이 통합해 지난 5일 출범한 통합 미래에셋생명 공동대표를 맡은 하만덕 부회장과 김재식 부사장은 각각 1960년생과 1968년생이다. 김 부사장은 미국 유학파 출신인 이재원 현대라이프생명 사장(1972년생)에 이어 국내 보험사 CEO 중 두 번째로 젊다. 지난 1월 취임한 김경환 DGB생명 사장도 1959년생으로, 만 59세다.

반면 이사회에서 재선임 추천을 받아 연임을 앞둔 CEO들은 김정남 DB손보 사장(1952년생)과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1954년생)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60대가 많았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1963년생)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1961년생) 등 두 명만 50대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금리 인상과 손해율 개선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기존 CEO들이 세대교체 바람을 피해 대거 연임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업계에선 이번에 신규 선임된 CEO들이 50대 중·후반의 인사로 채워진 것을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50대 중·후반의 부사장들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각 보험사가 내부적으로 경영쇄신 등의 이유로 세대교체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신규 선임되거나 연임을 앞둔 CEO 15명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와 연세대가 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국대(2명)와 한양대(2명) 순이었다. 전공은 경영학과 경제학, 회계학 등 상경계열이 7명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출신 고등학교는 특정 학교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했다. 김현수 롯데손보 사장과 김경환 DGB생명 사장이 졸업한 대구상고가 2명으로 가장 많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