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입 철강 25% 관세' 서명
미국, 23일부터 관세 부과

트럼프 '딜' 노리나
지난주엔 "예외는 없다"
이번엔 "큰 유연성 발휘"
캐나다·멕시코 제외해

각국 반대급부·협상력 따라
추가 면제대상 결정될 듯

중국 "강력한 보복 있을 것"
EU·일본, USTR 대표와 회동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통상전쟁보다 ‘딜’을 위한 것처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뉴욕타임스(NYT)는 경제전문가 닐 어윈이 쓴 이 같은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부과 대상국에서 조건부로 제외하고 다른 국가들에 앞으로 15일간의 면제 협상 기간을 준다고 밝혔다. 대미 수출국이 제시하는 반대급부, 협상력과 로비능력에 따라 추가 면제가 결정될 것이란 얘기다. 당장 일본과 유럽연합(EU) 통상장관들은 10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가장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안보라인은 한국을 부과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하지만 경제라인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미국의 수입철강 25% 관세 부과 결정에 대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미국의 수입철강 25% 관세 부과 결정에 대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USTR 대표가 추가 면제 협상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은 오는 23일 0시1분(미국 동부시간)부터 미 항구에 도착하는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엔 10% 관세를 물린다. 캐나다와 멕시코산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을 이유로 빠졌다.

관세는 미 상무부가 적시한 제품에만 적용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액 38억달러(약 4조원) 중 74%인 28억달러 규모가 적용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제품은 기본 관세 외에 추가로 25%를 내야 한다.

각국, 15일간 관세 면제 '로비전'… "미국, 한국을 가장 골치아프게 생각"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외국의 공격적 무역관행이 미국 산업을 파괴했다”며 “미국을 나쁘게 대우한 많은 나라가 군사적으로는 동맹이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말을 바꿨다. “일부 국가는 훌륭한 파트너”라며 “우리는 관세를 면제하는 등 큰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관세 부과 여부를 다른 분야 협상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지난주 “예외가 없을 것”이라고 한 그의 발언과 다르다. NYT는 공화당 의원들과 미국 기업의 반대, 동맹국 로비 등을 반영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특정국을 빼거나 추가할 수 있다”며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앞으로 15일간 면제를 요청하는 나라들과 협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관세 부과 예외국의 예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지정한 데도 냉정한 계산이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 중인) NAFTA 개정 협상에서 공정한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NAFTA를 폐기하고 모든 걸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WSJ는 동맹국 중 한국이 골치 아픈 사례라고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 내 안보라인은 북한 핵문제 관련 공조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면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라인에서는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재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나라여서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철회 안 하면 보복할 것”

중국 상무부는 9일 성명을 내고 “중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언론 환구시보는 “미국이 무역을 정치화해 관세 부과 등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개입한다면 반드시 보복해야 한다”며 “결코 손을 늦춰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렌지주스, 버번위스키 등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혀온 EU와 일본은 일단 협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집행위원회 무역분과 위원장과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통상장관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WTO 틀에서 필요한 대책을 검토하는 한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말름스트룀 위원장도 전날 트위터를 통해 “EU는 미국의 긴밀한 동맹으로 이번 조치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WSJ는 ‘유럽의 맹주’ 독일이 EU의 보복방침에 불만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응해 유럽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수출물량이 많은 독일 자동차업계가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김현석/도쿄=김동욱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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