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채용비리 의혹' 부산은행 등 압수수색(사진=연합뉴스)
부산지검, '채용비리 의혹' 부산은행 등 압수수색(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채용비리로 얼룩진 은행권에 수사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BNK금융지주 사장, KB국민은행 인사팀장 등 최고경영자와 실무자가 잇달아 구속되면서 은행권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박재경 BNK금융지주 사장은 부산은행 채용비리 관련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전날 검찰에 구속됐다.

박재경 사장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종길 부산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지난 2일 법원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구속수사 위기를 넘긴 듯했으나,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끝내 구속됐다.

강동주 BNK 저축은행 대표이사는 지난 2일 먼저 구속됐다.

검찰은 2015년 부산은행 신입행원 채용에서 강동주 대표가 전 국회의원 딸 A씨와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 B씨의 채용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박재경 사장은 전 국회의원 딸 A씨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부당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세환 BNK금융지주 전 회장도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성세환 전 회장은 부산은행 채용비리 당시 부산은행장이었다. 검찰은 채용비리에 최종결재권자인 성 전 회장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피의자 신분 전환과 함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도 인사팀장이 검찰의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검찰은 '신입행원 채용비리'에 관한 업무방해 혐의로 KB국민은행 인사팀장 오모 씨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에 착수한 이래 실무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작년 11월 우리은행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우리은행 인사팀장 이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우리은행 전직 임원 1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모두 기각됐다.

연초와 비교해 검찰 수사 강도에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은행업계는 검찰의 수사 칼끝이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채용비리 관련 구속수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7일에는 서울서부지검이 하나은행 본점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 행장실과 인사부 사무실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강모 전 인사부장도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채용비리 관련 은행들을 수차례 압수수색한 데 이어 최고경영자, 실무자 구속수사에 들어갔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채용비리 관련 인물들이 앞으로 얼마든지 검찰에 소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은행은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5곳이다. 대검찰청은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사건을 각 관할 지방검찰청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이 적발한 채용비리 의심 사례는 하나은행이 13건,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