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2018년형 QLED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CEO가 ‘앰비언트 모드’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발을 다친 톰슨 CEO는 이날 보조기구까지 써 무대에 나오는 열정을 보여줬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2018년형 QLED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CEO가 ‘앰비언트 모드’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발을 다친 톰슨 CEO는 이날 보조기구까지 써 무대에 나오는 열정을 보여줬다. 삼성전자 제공
세계 TV 시장 규모는 벌써 몇 년째 줄고 있다. 젊은 세대가 TV가 아니라 모바일 기기로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어서다. TV 업계가 3차원(3D), 초고화질(UHD) 등 매년 신기술을 도입해온 건 이런 수요 감소를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3D 기술은 어지럽다는 비판과 함께 곧바로 도태됐고, UHD는 이미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아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

글로벌 TV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올해 들고나온 카드는 △인공지능(AI) △콘텐츠 △합리적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옛 증권거래소에서 2018년형 QLED TV를 처음 공개했다. 국내외 800여 명의 기자와 유통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AI로 더 똑똑해진 스마트TV

인터넷과 연결돼 편의성을 높인 스마트TV 기술은 AI를 만나 더 똑똑해졌다. 몇 년 만에 업계 표준이 돼버린 UHD TV지만 콘텐츠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삼성은 이를 첨단 AI 칩으로 극복했다. 원본 콘텐츠 화질을 검색해 8K(해상도 7680×4320) 수준의 초고화질로 변환해준다. 수만 개 영상을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한 AI 칩이 밝기와 번짐, 색깔 등을 보정해준다.

삼성 TV 공개에 뉴욕타임스 CEO가 출동한 까닭
이 기술을 앞세운 삼성은 올해 75인치 이상 제품을 주력으로 정했다. 이날 행사에서도 75, 82, 88인치 등 초대형 TV를 대거 선보였다. 그동안 큰 TV 화면에 어울리는 콘텐츠가 모자랐지만, AI가 이를 보완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은 전 세계 169만 대 규모로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I는 TV 조작의 편의성도 높인다. “유튜브에서 된장찌개 만드는 법 영상 찾아줘” “지난주에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 보여줘”라고 지시하면 음성인식 플랫폼 ‘빅스비’가 이를 인식해 관련 영상을 보여준다. 삼성은 또 스마트폰으로 TV를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기기를 쉽게 연동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원삼성’ 전략에 따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자기기를 파는 삼성전자의 장점을 극대화한 전략이다.

◆뉴스·사진 보여주며 ‘24시간 동반자’

TV를 켜 놓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에 4~5시간에 그친다. 나머지 시간 동안 TV는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저 벽 한쪽을 덩그러니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은 이런 TV를 24시간 맞춤형 콘텐츠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기기로 재정의했다. TV를 보지 않을 때 TV가 알아서 날씨와 뉴스, 그림, 사진 등을 배경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식이다. 이를 위해 뉴욕타임스, 로이터통신 등 언론사와도 제휴를 맺었다.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TV 스크린을 통해 언제든 뉴스를 전달하는 이른바 ‘앰비언트 모드(ambient mode)’는 뉴스 전달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종일 켜져 있으면 전기료가 많이 들지는 않을까. 삼성은 추가되는 전기료가 한 달 평균 100원 미만일 것으로 추산했다. 주위 밝기 등에 맞춰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15분간 4~5m 앞에 움직임이 없으면 아예 꺼져버린다.

◆합리적 가격으로 승부

삼성 TV는 그동안 프리미엄 전략을 펴왔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내놓되 가격도 가장 높게 책정했다. 하지만 전자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값이 떨어진다. 판매 초기에 비싼 값을 주고 TV를 산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이유다.

삼성은 올해 TV 가격 정책을 바꿨다. 처음부터 합리적 가격을 제시해 향후 하락폭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미국에서 55인치 QLED TV(7시리즈 기준)를 2999달러에 출시했지만, 올해 신제품은 1999달러에 내놓는다. 30%가량 낮췄다.

주변기기의 선은 물론 전원선까지 하나의 투명 케이블로 통합한 ‘원 인비저블 커넥션’도 적용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모든 디바이스는 스스로 알아서 움직여 사람들이 시간을 좀 더 가치 있는 곳에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제품은 미국에서는 오는 18일부터, 한국에선 다음달 중순 출시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