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로 64만㎞ 달리며 평창 홍보한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500억 이상 후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숨은 공신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으로 묵묵히 뒷바라지하며 지난 8년간 많은 고생을 해왔다고 스포츠계는 평가하고 있다.

그는 2009년 9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은 뒤 2년간 34개 해외 행사, 50번에 걸친 해외 출장을 소화하며 평창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자 총력을 기울였다. 이동한 거리만 64만㎞, 지구 16바퀴에 달한다. 기동성을 높여 더욱 많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만나기 위해 전용기를 주로 이용했다.

그는 기존의 틀에 박힌 유치 활동에서 벗어나 글로벌 항공사(대한항공)와 물류기업((주)한진) 경영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스포츠 외교에 접목했다. 대한항공이 소속된 세계적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인맥을 동원해 IOC 위원들과 친분을 쌓았다. 스카이팀에는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델타항공과 유럽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를 비롯해 20개 항공사가 가입돼 있으며 세계 1074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그는 IOC 위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소속 국가별로 차별화된 전략도 펼쳤다. 2010년 2월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 기간 만난 IOC 위원들에게는 손수 서명한 편지를 일일이 전달했고 직접 음료를 서빙했다. 2011년 2월 IOC 실사단이 평창을 방문했을 때는 마중 나가 동행했다. 그들의 모습을 담은 화보집을 전달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평창에 무관심하던 IOC 위원들이 그의 정성에 하나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2011년 7월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개최지 평창’이 울려퍼진 날 그는 2년간 흘린 땀을 기쁨의 눈물로 보상받았다. 당시 조 회장의 모습을 본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아버지가 마치 15세 소년같이 기뻐했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 유치의 기쁨도 잠시, IOC가 요구하는 일정대로 준비하는 데 차질을 빚자 정부는 다시 한번 조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014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은 조 회장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해외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한편 원칙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각종 난제를 풀어나갔다. 평창동계올림픽 인프라가 세계 최고의 명품 경기장이라고 찬사를 받은 배경엔 그의 강력한 추진력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2016년 5월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갑작스럽게 위원장 자리를 내려놨지만 그의 평창 사랑은 식지 않았다. 조 회장은 지난 1월13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부터 성화를 이어받아 성화봉송(사진)에 나서며 변치 않은 열정을 보여줬다.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올림픽 개최 도시들이 유령도시로 전락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1956년 동계올림픽 개최 후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난 이탈리아의 코르티나담페초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은 이탈리아의 돌로미테, 횡계는 코르티나담페초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평창동계올림픽 후원금액이 500억원 이상으로 최고 후원사에 해당하는 공식 파트너였다. 올림픽 기간 인천~양양 간 내항기를 운영해 교통 편의를 제공했고 국제업무 전산 등 전문가 48명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에 파견해 인력도 지원했다. 대한항공은 1월부터 패럴림픽 폐막일인 3월18일까지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반다비’를 래핑한 항공기를 운영하며 성공 개최를 응원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